분과별로 진행되는 의안 토의는 3월 19일 제8차 의안 토의를 끝으로 마무리되고 2월 26일 「의안토의 후 보고서」를 검토한 뒤 3월 31일 이 보고서를 제출함으로써 의안 토의 과정을 마친다. 이후 시노드는 교구장 주교에게 제출할 건의안을 작성하는 작업으로 들어가게 된다. 여기에서는 제6차 분과회의까지 마친 의안 토의에서 어떤 내용들이 논의됐는지를 개괄적으로 살펴본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는 제1차 의안별 분과회의가 열린 1월 29일 명동 가톨릭회관 3층 대강당에서 열린 평신도 의안위원회 제1차 분과회의에 참석한 것을 시작으로 각 분과위원회가 열리는 곳을 교대로 방문해 대의원들과 함께 교구의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 논의하는 등 시노드 진행 과정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대주교는 참석하는 자리마다 대의원들에게 『여러분들의 의견을 단지 시노드 문헌으로 남기는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교구 운영에 전폭 반영할 것』이라며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장시간 동안 회의에 적극 임하는 대의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전체 대의원 및 전문위원단 882명을 7개 의안별로 나눠 규정된 장소에서 마련되는 의안별 분과회의는 회의가 진행될수록 더욱 깊이 있고 허심탄회한 논의들이 진행됐고 교회 쇄신과 개혁을 위한 성찰과 건설적인 건의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의원과 전문위원의 출석률 또한 회를 거듭할수록 높아져 시노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역시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53.3%에 머물렀던 제1차 분과회의 참석률에 비해 제2차 회의는 56.6%, 제3차 분과회의에는 57.6%로 나타나는 등 전체 대의원들의 참석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0%~80%대의 출석률을 보이는 평신도 대의원들과 달리 성직자 대의원들의 경우 30%에 머물러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으나 전체 출석률의 증가와 함께 성직자 대의원 출석률도 30.6%에서 33.4%, 36.7%로 증가 추세를 보여 고무적인 현상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 서울대교구 시노드 사회복음화 분과위원회 대의원 및 전문위원들이 3월 5일 서울 죽림동성당에서 제6차 분과회의 전체모임을 하고 있다.
▲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가 참석한 가운데, 사회복음화 분과위원들이 전체회의 후 그룹별 모임을 하고 있다.
■ 평신도
성직자 중심의 교회 구조적인 문제와 평신도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소명 의식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가 많았고 혼인과 가정 문제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평신도의 위상과 역할을 강조하는 의견들이 많아 성직자 중심의 교회 운영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평신도 전문가들의 교회 운영 참여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본당 사목회장은 사제의 일방적 임명보다는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여성의 교회내 지위 문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으며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요청들이 있었다.
가정 문제와 관련해서 혼인교리 뿐만 아니라 연피임법 등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마련돼야 하며 가정 문제 상담을 할 수 있는 본당 및 교구 차원의 사목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혼을 정당화하는 사회 분위기는 문제이며 특히 이를 조장하는 TV 드라마 등 대중매체의 병폐를 교회가 지적해야 하며 혼인과 자녀 출산의 중요성을 바르게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 수도자
수도자, 수도회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들과 본당에서의 사도직 활동과 관련되는 문제들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 또 수도 성소 개발에 있어서 보다 효과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수도자들은 본당에서 신자들과 만날 때에도 수도생활의 과정에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며 각 수도회마다 자기 고유의 카리스마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본당 사목에서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교회내의 가부장적 분위기에 대한 지적이 구호에만 그치지 말고 실제 현장에서 이뤄져야 하며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각 신분 고유의 업무 영역이 구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수도성소가 사제성소보다 못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수도회의 성소 개발이 주보 홍보 등 소극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는데 본당 사도직 외에도 다양한 수도회의 사도직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알리고 사제 성소와 마찬가지로 수도 성소 개발에도 각별한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 성직자
의안이 지나치게 한국교회의 성직자 문제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의안이 교구민들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실시한 의견 수렴 결과에 따른 것이고 교회 쇄신에 있어서 성직자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서 허심탄회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사제 직무와 관련해서는 전문성이 결여돼 있으며 그런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책들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본당 사제의 경우에는 행정, 재무 분야에 기초 지식이 있어야 하며 따라서 양성 과정에서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제 양성 과정에 있어서 신학생들의 방학이나 군 복무 등 신학교 외부에서의 생활이 여러 곳으로 나눠져 있어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있었고, 신학교 교육기간 단축에 대해서는 전문성의 함양을 위해서도 단축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주임신부와 보좌신부의 관계에서 주임신부가 모든 것을 총괄하려고 해서는 안되고 협력자의 관계로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 청소년·청년
무엇보다도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청소년 사목을 해야 한다는데 모두가 공감대를 갖고 있었다. 교회가 청소년들이 변화하는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고 다양하게 나타나는 청소년들의 욕구와 의견들을 교회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데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에 따라 청소년이 중심이 되는 사목을 펼쳐나가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평이었다.
구체적으로 어린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성서공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며 소홀히 다뤄지고 있는 사이버 사목에 대해서도 의안이 좀더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실적으로 청소년 사목에 대한 투자가 너무 부족하며 청소년들이 머물며 생활하고 모일 수 있는 문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 특히 특성화 본당을 설정할 때에는 교구 차원에서 물적, 인적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하며 해당 본당만으로는 투자 자체가 역부족이라는 의견이다.
청소년 문화와 청년 문화를 미숙하고 미성숙한 것으로 간주하는 자세를 버려야 하며 기성세대의 이러한 관점을 뛰어넘어 그들의 눈으로 그들과 그들의 문화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 선교·신앙교육
선교 및 신앙교육에 있어서 토착화의 필요성이 우선적으로 강조됐다. 이번 시노드를 계기로 실제로 일선 본당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선교 및 신앙교육 모델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목자에 따라 본당마다 교리교육의 내용이 다르므로 일관성 있는 교육을 위해서 교회의 가르침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으며 마찬가지로 사목자에 따라 본당에서의 단체 활성화가 차이를 보이는데 이는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선교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고 가톨릭 신자들이 다른 종교에 대해서 너무 모르기 때문에 교리 교육 때에도 이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비신자를 교회 안으로 불러들이는 선교도 중요하지만 이미 교회 안에 머물고 있는 기존 신자들을 재교육해서 충실한 신앙생활을 하게 하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평신도가 선교사로 나설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전문위원들에 의해 제기됐다. 각 본당에서는 가난한 이들이 소외돼 있는 현실이며 「가난」의 의미를 재정립해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 교회운영
교회가 대형화함에 따라 재정 문제에 있어서 공정성과 투명성이 보이지 않을 때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관련 규정집을 마련하고 사제를 포함해 교구청 직원에 대한 인사 규정도 보다 명확하게 실시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평신도의 교회 운영 참여, 특히 사목협의회의 역할에 대한 논의들이 많았다. 적절한 교육과 함께 과감하게 평신도 전문가들에게 역할 분담이 이뤄질 때 사목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사목협의회가 자문역할에서 더 나아가 부분적으로나마 의견 기구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본당 분할 문제와 관련해서 일부 수정이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즉 단순히 교적상 신자 수만으로 분할하지 말고 본당분할위원회 등의 기구를 지구 차원에 두고 지구내 본당들의 긴밀한 협력과 연구,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본당 분할에는 무엇보다 교구의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사회복음화
가장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는 사회복음화 분과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우선 생명문화와 관련해 낙태와 생명윤리 교육에서 비디오나 매스컴을 동원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고 가정에서의 철저한 교육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선 사목자들의 어려움을 도와줄 수 있도록 전담 기구가 본당과 긴밀하게 연계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편 교회의 가르침을 알면서도 현실적으로 지키지 않는 문제에 대한 연구와 대안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본당 예산의 10%가 사회복지 예산으로 활용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는 그 절반 가량 뿐인 경우가 많은 것은 문제이다. 교회 안에 가난한 사람의 자리가 없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가난한 지역의 경우 신자 비율은 5%가 안된다. 본당에서 결손 가정, 장애인, 독거 노인 등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여건이 돼야 한다. 사회복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교구 안에 사회복지학교를 설립하자는 의견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