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투석 환자들은 인공신장실을 「생의 종착지」라고 부른다. 팔뚝과 인공 신장기에 연결된 줄에 의해 온 몸의 피를 모두 빼낸 다음, 인공신장기로 불순물을 걸러 다시 몸에 넣어야만 사는 자신의 처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동규(안드레아.35.춘천교구 주문진본당)씨도 꼬박 8년을 생의 종착지에서 보내야 했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생활하던 지난 94년, 이씨는 급성신부전증 판정을 받았다. 한 쪽 신장이 고장나 노폐물을 제대로 배설할 수 없는 처지. 온 몸이 붓고 얼굴은 샛노랗게 변했다.
그래도 다른 사람보다 운이 좋아 뇌사자로부터 장기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수술 후 곧바로 후유증이 나타나 뇌막염과 저혈압으로 20일 넘게 혼수상태였던 이씨는 결국 이식 받은 신장을 다시 떼어내야 했다.
『일주일에 세 번 혈액투석을 받아야 했지만 다시 이식수술을 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죽을 고비를 대 여섯 번이나 넘겼는데 어떻게 또 수술할 생각을 갖겠습니까?』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혈액투석을 받으며 생활하던 이씨에게 이식에 적합한 장기를 찾았다는 연락이 온 것은 지난해 7월. 익명의 한 목사가 국립의료원을 통해 순수기증 의사를 밝힌 것이다. 혈액형과 조직검사 결과가 맞자 기증자는 흔쾌히 수술을 하겠다고 나섰다.
1차 수술 후유증으로 고생했던 이씨는 처음엔 수술을 완강히 거부했다. 하지만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자신의 소중한 장기를 주겠다는 은인의 의지를 차마 거부할 수 없었다.
수술을 받은 이씨는 회복기를 거쳐 건강을 완전히 회복했다. 혈액투석을 받을 때는 1시간도 채 서있지 못했던 이씨지만 한 달에 한번 정기검진을 받기 위해 주문진과 서울을 오갈 때도 자신이 직접 운전할 정도로 정상인과 다름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한 가지 안타까움이라면 자신에게 장기를 내어 준 은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것. 40대에 어느 교회를 운영하고 있다는 목사라는 것만 알 뿐, 자신의 옆에 누워 함께 수술을 받았던 이 기증자의 이름도, 얼굴도 모른다는 것이 부끄럽기까지 하다. 전화라도 해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지만 장기이식 규정상 기증자의 신원을 알 수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어딘가 같은 하늘 아래서 생활하고 있을 그 이름 모를 은인을 위해서라도 정말 뜻깊은 새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 분도 어딘가에서 저를 위해 기도해 주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문의=(02)590-1678, 1749 강남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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