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신부님과 수녀님, 그리고 성당이 자주 등장하니 신자로서 기분 좋더라고요. 신자가 아닌 사람도 천주교를 친근하게 생각할 것 같아요』(강 소피아·24)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수녀가 신부를 와락 껴안는 장면도 그렇고, 주인공이 성호 긋는 모습도 너무 어색하던 걸요』(정 안드레아·35)
수사신부의 사랑을 주제로 해 관심을 끌고 있는 MBC 드라마 「러브레터」에 대한 신자들의 상반된 반응이다.
러브레터는 교회를 배경으로 한다. 세례명 「안드레아」인 주인공을 비롯,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성직자와 수도자이고 서울 중림동본당과 원주교구 풍수원본당이 드라마의 배경으로 매회 등장한다. 고아원을 운영하고 지역주민을 위해 무료진료 봉사를 하는 수도자도 볼 수 있다. 주인공의 뒤로 흐릿하게 보이는 십자가는 이 드라마의 단골메뉴.
러브레터는 진부한 사랑이야기라는 줄거리는 접어놓더라도 그 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교회 안 모습을 속속들이 묘사함으로써 교회를 간접적으로 알리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또 신부를 천주교 자문역으로 위촉하고 수도회에 의상 제작을 맡기는 등 가톨릭 교회의 정식 복장과 전례에 충실하고자 한 점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종교를 소재로 한 드라마로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내용이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신과 인간의 사랑 사이에서 갈등한다는 수사의 모습이 너무 미화돼 자칫 「사랑밖에 모르는 수사」라는 왜곡된 이미지를 시청자들에게 주입시킨다. 수녀가 신부를 놀라게 하려고 뒤에서 껴안는 장면, 주인공 안드레아 수사와 여주인공 은하, 그리고 에스델 수녀를 삼각관계로 유도하는 듯한 영상들도 여러 번 지적됐다.
이런 지적은 이미 교회를 소재로 한 많은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도 숱하게 제기됐다.
성당과 수녀원, 보육원 등의 오픈세트를 세워 화제가 됐던 모 드라마에서는 『너 같이 예쁜 애가 왜 수녀를 하니』라는 대사가 방영돼 역시 문제가 됐다.
현재 상영중인 한 영화에서는 부제 역을 맡은 배우가 눈에 멍이 든 채 사제품을 받는 장면이 등장, 가장 엄숙해야 할 서품식장을 웃음거리로 만든 듯한 느낌을 준다.
허구를 기초로 한 드라마라는 이유로 이 문제를 덮어둘 수는 있다. 또 왜곡된 모습을 여과해 수용하는 것은 신자들을 비롯한 시청자들의 몫이다. 하지만 미디어를 통해 비춰진 교회의 모습이 신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의견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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