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1000원, 신발 3000원, 인형 500원, 보온밥솥 4000원, 넥타이 2000원, 그릇세트 5000원, 변신 로봇 1000원…. 서울 종로구 안국동(안국점)과 성북구 성북동(삼선교점)에 위치한 「아름다운 가게」(공동대표=박성준, 손숙)에서 만날 수 있는 상품들이다.
물론 피아노, 텔레비전 등 몇 십만 원 상당의 고가품 역시 없지 않지만, 매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생활용품들은 대부분이 정가에서 영(0) 하나는 빠진 가격표를 달고 있다.
지난해 10월 17일 탄생한 아름다운 가게. 이곳은 세상 사람들로부터 중고 물품을 기증 받아, 필요한 사람들에게 되팔고 수익금은 이웃에게 사랑을 전달하는 재활용품 전문점이다.
가게는 「천사」들의 활동으로 운영된다. 물건을 기증하는 「기증천사」, 시간을 쪼개 자원봉사를 하는 「활동천사」, 기금을 전달하는 「후원천사」가 그 주인공들. 물건을 수거하고 수선, 분류, 판매하는 모든 과정까지 자원봉사자들의 손을 거치지 않는 부분이 없고, 계산대에서 돈을 받는 사람은 사장님도, 가게 주인도, 점원도 아니다. 모두가 봉사자일 뿐이다. 그러나 물건을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버리기에는 아깝고, 두자니 짐이 됐던 헌 물건들이 매일매일 「행복」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한 손님에게 세 개의 물건은 팔지 않는다는 것이 가게의 철칙.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고 파는 물건인 만큼, 여러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함이란다. 또 하나. 이곳에는 비닐 봉투를 찾아볼 수 없다. 구입한 물건은 종이 가방에 담아가거나, 미리 시장 바구니를 준비하면 더욱 편리하다.
삼선교점 책임자 황경순(실비아.47) 점장은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여기가 물건을 싸게 사는 장소로만 여겨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많다』며 『자원 재활용 정신과 서로 나누는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사랑의 터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올 봄. 아름다운 가게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중이다. 그 일환으로 제3호 독립문점의 개장과, 움직이는 가게, 벼룩시장, 환경 캠페인 프로그램 등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움직이는 가게」는 2.5톤 트럭을 멋진 매장으로 꾸며, 아파트 단지는 물론 대학 캠퍼스나 기업, 한적한 농촌 마을도 찾아갈 계획이다.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주말 오후에 찾아간 아름다운 가게. 그곳은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이 시대 「착한」 사람들의 작은 천국이었다.
※물품기증 및 자원봉사 문의=(02)3676-1004, www.beautifulstore.org
■ 찾아가는 길
안국점 : 지하철 3호선 안국역 하차, 1번 출구 미래플라워 옆에 위치
삼선교점 :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하차, 5번 출구 좌측 후방에 위치.
오전 10시 30분에 개장해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매 주일과 공휴일은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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