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그락 현관문을 여는 소리와 함께 『다녀왔습니다』 하는 너의 해맑은 음성을 못 들은지도 40여일이 지났구나.
그동안 이 아빠는 너를 가슴에 묻고 실종자 가족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네게 아무것도 해준 것 없이 한 달이라는 세월을 그냥 보냈단다.
그 동안 우리 살아있는 자들이 무엇을 했고, 지금도 무엇을 하고 있는 지를 대충이나마 알려 줄까한다.
사고 다음날 부터 운행을 서두르는 대구시와 지하철 당국의 무책임한 행정만능주의는 아직 시신조차 찾지못하고 울부짖는 유족들의 마음을 너무나 아프게 했단다.
물청소에 유류품 폐기, 심지어 시신의 일부까지 쓰레기장에 폐기하고 은폐, 축소 조작하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무례함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분노까지 일게 하더구나.
우리는 300여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참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녹취록과 사상자 수를 조작하는 무리들을 속 시원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우물대는 경찰수사당국의 무능함에 맞서 오늘도 이렇게 싸우고 있다.
아빠와 동료 유가족들은 너를 포함해 조금이라도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하기 위해 추모시위를 하고, 전동차를 점거하며 수사기관에서 농성하고 열악한 사고 현장에서 밤을 지새운단다. 조금만 더 참아 주렴, 곧 그리고 꼭 네가 엄마, 아빠품에 돌아올 수 있을 거다.
소현이는 예쁘게 살았으니까 좋은 곳에 있겠지.
엄마 꿈에 성모님이 너를 꼭 껴안고 계시는 꿈을 꾸었다는구나. 아빠도 이 다음에 꼭 너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겸손되이 살아갈께. 다시 만날 훗날까지 부디 평화로이 지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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