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은 많지만 봉사자는 적습니다. 이웃을 돕는데 한달에 1만원 내는 것보다 좀더 가까이에서 살피고 돌보는 마음이 그리스도의 뜻을 실천하는 것이지요』
3월 19일 자신의 마지막 소임지인 부산 메리놀병원 강당에서 사제서품 50주년 금경축 겸 고별미사를 봉헌한 메리놀회 소속 미국인 주은로 신부의 말이다.
부산교구장 정명조 주교 주례로 봉헌된 이날 미사에는 사제 수도자를 비롯 5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전쟁 때인 1953년 사제품을 받고 이듬해 한국으로 왔는데, 사람들이 하느님도 모르는데 친절하고 착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는 주신부는 『한국에서의 선교활동은 참으로 보람되고 기뻤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어렵던 시대에 오히려 신자들의 믿음이 강하고 인정도 넘치며 모범적이었는데 지금은 경제적인 발전과 함께 가출, 이혼 등이 증가하면서 가정공동체가 붕괴되는 현상에 말할 수 없는 아픔을 느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영성 재교육에 적극 나서줄 것」과 「자손들에게 신앙을 물려주는데 보다 큰 노력을 기울여달라」는 것이 한국신자들에게 보내는 주신부의 마지막 당부다.
주신부는 54년 충북 제천성당에서의 사목활동을 시작했으며 지난 84년부터 지금까지 부산 메리놀병원 원목신부로 환자들의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 자신과 상담한 환자들이 영세할 때는 물론 성사받은 후 편안한 임종을 맞을 때가 더없이 기뻤다고 밝힌다.
『한국은 사제도 많고 활동도 잘 되고 있지만 미국은 50년전 보다 오히려 사제도 줄었고 또 그곳에서 나를 필요로 하니 「이민」가서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고 밝히는 주신부는 『한국에 올 때도 힘들었는데 갈 때도 힘들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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