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들에게 가끔 묻는다. 『우리 아이들, 정말 행복한가요?』 그럴 때면, 어머니들의 반응에서 진한 아픔이 전달된다. 간혹 어떤 어머니는 『요즘아이들 정말 행복하지요. 먹을 것 걱정합니까? 수업료 없어 학교를 못갑니까? 사달라는 대로 사주지요. 호강에 넘치지요』하며 흥분하기도 한다. 행복이 무엇인가? 동물도 먹을 것 주면 행복해 하는데…. 이 어머니는 넘치는 물질세계에서 행복을 찾고 있다. 그러나 이 「넘치는 것」 때문에 행복해 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살레시오문화원에서는 중고생들에게 프로그램을 하기 전에 설문조사를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가장 큰 고민이 「공부」라고 응답한다. 자신에 대한 만족도는 대체적으로 매우 낮게 나타나며, 새로운 날을 맞이하는 기쁨을 체험 한 적도 거의 없다고 대답한다. 설문지를 통해 보여 지는 것은 아이들은 지금 「공부」라는 어두운 감옥에 갇혀서 밝고 커다란 세상을 바라볼 시간도 여유도 없다는 사실이다. 가장 소중한 시기에, 가장 소중한 「자신」에 대하여 생각할 시간도 「자신」과 만날 환경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첫째 고민이 공부와 성적이라면, 그것이 곧 인생의 목적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공부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주는 채널이며 통로인 것이다. 며칠 전 선미(가명?중3)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저, 수녀님…』 왠지 초조하고 불안한 목소리다. 『우리아이가 성적이 떨어져서 한동안 집중레슨을 시켰는데요. 그리고 성적이 오르는 듯 했는데…. 어느날 아침, 매일 아침 하는 학습이 있어 깨웠더니, 그것이 뭐냐고 묻는 거예요.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부분적으로 기억상실이 온 것 같아요. 어떡하면 좋지요?』 어머니는 아이가 워낙 유순하게 잘 따라와서 힘들어하는 줄 몰랐다면서 자신을 자책하듯이 말끝이 떨리는 듯 흐려진다. 흐려지는 말끝에서 「차라리 힘들다고 반항이라도 하였다면, 차라리 힘들어 죽겠다고 욕이라도 퍼부었다면 이렇게 가슴 아프지는 않았을 거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우리아이들은 행복하지가 않다. 공부가 최대의 목적으로 놓여 있는 한 행복할 수 없다. 자기 자신을 잃고, 비교 당하는 세상에서 사는 한 절대로 행복할 수 없다. 성적의 수치로 자신의 재능을 덮는 현실에서 정말로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오늘도 무거운 가방을 들고 학교에 들어서기도 전에, 빡빡한 학원 스케줄을 체크하는 우리 아이들, 아침에 일어나 찬란한 햇빛을 바라보며 인생의 환희를 느끼는 순간이 있을까? 작은 모래알에서 신비로움을 체험 해 본 적은 있는가? 작은 생명체의 미세한 움직임에서 거대한 세상을 바라 본 적은 있는가? 다시 힘주어 묻고 싶다. 『우리 아이들, 정말 행복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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