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위원회는 지난 1997년 11월 7일 절두산 순교 성지 일원인 양화나루.잠두봉 유적을 문화재법에 의거해 국가 사적 제399호로 지정했다. 한국교회사연구소와 절두산 순교성지는 사적 지정 5주년을 기념해 3월 29일 오전 10시 서울 명동성당 문화관 코스트홀에서 절두산 순교 성지 일원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먼저 기조강연에 나선 이원순 박사(한국교회사연구소 고문.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교회사적.문화재 보전의 참뜻을 생각하며」라는 발표에서 『국가 문화재 보호법의 정신에 따라 교회 사적, 교회 문화재 보호 및 보전의 바른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박사는 『대승적인 차원에서의 교회 사적, 교회 문화재 보전의 노력이 있을 때 그것들이 우리 겨레의 사적, 문화재로 빛을 발할 것이며 우리들의 신심 생활의 바른 교훈이 될 것』임을 강조하면서 유적, 사적의 교회사적 가치와 민족사적 의의를 함께 되새기는 「대승적이고 진취적인 문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국교회사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염수정 주교는 축사에서 『절두산 순교 성지는 한국 교회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전근대와 근대, 개화 시기를 아우르는 역사적인 현장』이라며 『교회 안팎으로 중요한 의의를 지닌 이 지역을 개발하고 보전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절두산 순교 성지 주임 김수창 신부는 개회사를 통해 『교회 사적과 문화재를 보전하기 위해 깊이 있는 연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이번 심포지엄이 마포, 양화진, 절두산 순교 성지 등의 역사를 복원하고 개발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한편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축사에서 절두산 순교 성지 일원을 『세계 어느 곳에 내놓더라도 손색이 없는 성지로 개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마포구 차원에서 최대한의 행정적 지원을 할 것임을 약속했다.
모두 6차례의 발제로 이어진 이날 심포지엄에서 서종태 한국교회사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특별히 절두산 순교자들의 명단을 면밀히 비교 검토할 필요성을 지적하고 실제 수나 순교 장소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김한여 베드로 등 새로 확인된 절두산 순교자들 7명의 명단을 도표로 제시하고 새 기념탑을 세우면서 기념탑 뒷면에 새겨놓은 순교자들의 명단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추가로 순교자 명단에 올린 김동모, 김천여, 황요한 등에 대해서는 좀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성명이 확인된 22명의 절두산 순교자 가운데 월해초구(越海招寇 : 외세를 끌어들인 혐의)의 혐의가 있는 신자들이 많다고 지적하고 이를 통해 볼 때 병인양요 때 프랑스 세력을 끌어들인 혐의가 있는 신자들이 절두산 순교자들의 주류를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병인박해 때 전국 순교자 수를 기준으로 절두산 순교자수를 추산하면 절두산에서 수백, 수 천 명이 순교했다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며 절두산 순교자 수는 약 177명 정도로 보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지적했다.
최영준 교수(고려대학교)는 「양화진 일원의 역사 지리적 고찰」에서 양화진 일원이 대표적인 행형장으로 이용된 배경을 검토했다. 그는 이 지역이 소외된 지역으로 『지배층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가운데 말업으로 인식된 상업에 종사하는 백성들과 선부, 어부, 노비 등에 의해 평등 사회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역사적 의미와 가치
한편 심포지엄에서는 한강의 진도제, 진보체제가 양화진과 갖는 관련성을 분석했는데 최완기 교수(이화여대)는 「한강의 진도제와 양화진」에서 조선 초기 5대 진도의 하나였던 양화진이 지닌 전국적 교통 체계에 있어서의 중요성을 검토하면서 대로, 중로, 소로로 등급이 매겨진 진도 중에서 대로에 속했던 양화도의 중요성에 대해 지적했다.
강석화 교수(경인대학교)는 「한강 진보 체제와 양화진」에서 양화진은 한강의 여러 나루 가운데 김포-통진-강화로 이어지는 길과 양천-부평-인천으로 이어지는 길이 연결되는 중요한 나루로 초기부터 진선을 배치하고 도승을 두어 체계적으로 관리했다고 말했다.
제4주제 「근대 사상의 양화진」을 발표한 최기영 연구실장(한국교회사연구소)은 『양화진은 주인공으로 근대사의 장면마다 드러나지 않고 개항과 외세와의 관련 속에서 간간이 얼굴을 내밀곤 했다』며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수운의 기능이 약화되고 소멸되면서 양화진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전근대를 포함해 개항을 전후해 일어났던 사건들이 지닌 의미가 약화되고 소멸된 것은 아니다』라며 『양화진.잠두봉 일대를 사적으로 지정한 것은 바로 이곳의 유적이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제6주제를 발표한 방상근 연구사(한국교회사연구소)는 절두산 성지의 지역적 신앙 배경에 대해 주목하면서 『마포구에는 꾸준하게 신자들이 존재했다』며 따라서 『마포구 일대의 가톨릭 성장사는 절두산 순교 성지의 지역적 신앙 배경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마포구 지역의 가톨릭 신앙이 『1920년대까지는 애오개~마포나루, 마포나루~서강나루의 분포를 보이다가 점차 지역적으로 확대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신앙 공동체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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