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등단 30년을 맞는 작가 박범신(아우구스티노·57·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씨가 산문집 「사람으로 아름답게 사는 일」(이룸/204쪽/9700원)을 펴냈다. 1993년 「절필선언」이후 스스로 묏자리라고 생각하며 들어간 경기도 용인의 단독 거처 「한터산방(山房)」. 지난해 가을 산에서 내려와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까지 10년동안 머물렀던 그 곳에서의 기억을 담은 것이다.
책 속에는 그가 용인으로 이주한 초기부터 서툰 솜씨로 지었던 밭농사 이야기, 애써 재배한 옥수수를 청설모에게 빼앗긴 이야기, 월드컵 열기에 휩싸였던 지난해 여름 한터산방을 찾은 제자들과 나눴던 문학 이야기, 절필선언 후 다시 문학의 길로 돌아오기까지의 고통스러운 과정 등이 실려있다. 또 책 곳곳에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는 작가의 딸 아름양의 삽화가 곁들여져 부녀지간의 따뜻한 정감도 오롯이 배여 있다.
▲ ‘한터신방’ 가는 길.
자연과 교감하는 삶을 살던 작가는 마침내 「사람으로 아르답게 사는 일」은 「자연스러운 삶」이며, 곧 「자연에 순응하는 삶」이란 결론을 내렸다. 동시에 그는 절필을 접고 제2의 문학기를 싹틔우기 위해 다시 세상에 나오기로 했다.
그는 『이곳에 이르러 비로소 문학이 싸움보다 사랑인 줄 알았고 삶이 시간이라는 걸 깨달았을며 감히 날이 갈수록 보다 더 향기로워지는 인간의 길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또 『인간으로 아름답게 사는 길을 보여준 한터산방의 모든 우주가 내 안에서 지금껏 떠나지 않고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1946년 충남 논산 출생인 박범신씨는 원광대 국문과와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작품으로는 「죽음보다 깊은 잠」, 「불의 나라」,「물의 나라」, 「황야」등이 있으며, 1981년 「겨울강 하늬바람」으로 대한민국문학상(신인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