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부활 전주간, 즉 주님 수난 성지주일부터 한 주간을 「성주간」으로 정하고 있다. 이 시기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죽음을 통해 위대한 구원사업을 이룩한 때이며, 교회 전례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성주간의 전례를 통해 교회는 예수님의 생애 마지막에 일어난 사건을 재현하며 그 안에서 예수님께서 세상을 성부와 화해시키는 파스카 신비를 경축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에 함께 동참하며 회개와 보속의 삶을 살아온 신자들은 이제 성주간을 맞이한다. 십자가 고통 속에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전례 안에서 뜻깊게 만날 수 있도록 성주간 전례와 그 의미에 대해 알아본다.
주님 수난 성지주일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하는 주일이다. 이날 이스라엘 백성들은 겉옷을 깔고 빨마가지를 흔들며 예수님을 환영했다. 그들은 예수님을 로마의 통치로부터 구원해 줄 메시아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중들의 태도는 돌변한다. 빨마가지를 흔들며 환호하던 군중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외친다. 그분께서 주시고자 하는 것과 백성들이 바라는 것은 너무나 달랐다. 예수님은 기적을 통해 아버지의 사랑과 하느님 나라를 가르치려고 하신 반면에 백성들은 기적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과 안녕을 구한 것이다.
교회는 이날 나뭇가지 축복과 예루살렘 입성 기념행렬의 전례를 거행함으로써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재현한다.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그리스도를 우리는 축복받은 성지를 손에 들고 환호하며 맞는 것이다.
사제는 『우리는 믿음을 다하고 열성을 다하여 주님의 입성을 기념하고, 은총을 통하여 주님의 십자가를 따르며, 주님의 부활과 그 생명에 동참하도록 합시다』라는 권고의 말로 이 예절을 시작한다.
이 행사는 4세기경부터 거행되었으며 10세기 이후 서방교회에 널리 퍼졌다. 사제는 이날 붉은색 제의를 입으며 수난 복음을 봉독한다.
축복받은 성지는 가정에 가지고 돌아가 십자가에 걸어 놓는다. 이는 구세주로 오신 왕을 환영했던 것을 1년 동안 기억하기 위함이다.
성 월요일∼성 수요일
이 기간 동안에는 특별한 전례가 없이 미사만 봉헌된다. 특히 3일간의 미사에서 봉독되는 복음은 앞으로 예수님께 일어날 일들을 예고하고 있다.
성 월요일에는 마리아가 향유를 예수님의 발에 붓고 발을 닦는 내용(요한 12, 1∼11)을 통해 예수님의 죽음을 예고한다. 성 화요일에는 베드로와 유다의 배반을 예고하는 내용(요한 13, 21∼33, 36∼38), 성 수요일에는 은전 서른 닢에 예수님을 넘기겠다는 유다와 대사제의 대화장면, 예수님께서 제자들 중 한 사람이 배반할 것임을 예고하는 장면(마태 26, 14∼25)이 각각 나온다.
성 목요일
이날 전례의 중심은 성유축성미사와 주님만찬 저녁미사이다.
성유축성미사는 예수님께서 당신 사제직을 사도들과 그 후계자들에게 주셨음을 기념하는 미사로 오전에 각 교구 주교좌 성당에서 봉헌된다. 사제들은 이날 축성된 성유를 세례, 견진, 병자성사를 집전할 때 사용한다.
주님만찬 저녁미사는 예수님께서 수난하시기 전날 제자들과 나누신 마지막 저녁식사로서 성체성사의 설정을 기념하는 미사이다. 교회는 예수님께서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당신의 몸과 피를 하느님 아버지께 바치시고 사도들에게 영적인 양식으로 주시며 그들과 그들 사제직을 잇는 후계자들에게 봉헌하라고 한 최후의 만찬을 재현한다
미사 중에는 예수님께서 사도들의 발을 씻으면서 『새 계명을 주노니, 내가 너희를 사랑하였듯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 34)고 하신 말씀을 되새기는 발씻김 예식을 거행한다. 이는 봉사자의 자세로, 섬기는 자의 자세로 이웃사랑을 실천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미사 후 사제는 감실을 비우고 성체를 다른 장소에 옮겨 둔다. 이 때부터 교회는 성 금요일 수난예절 전까지 성체조배를 하며 죽음을 앞둔 예수님의 고통에 동참한다. 성체가 옮겨진 뒤 제대를 씌워 놓은 제대보는 벗겨 놓으며 십자가는 자색보로 가리워둔다.
성 금요일
교회가 미사를 드리지 않는 유일한 날이다. 또 미사뿐 아니라 다른 성사도 집행하지 않는데, 이것은 성사가 예수 그리스도의 행위이므로 무덤에 묻히신 그분을 깊이 묵상하기 위해서이다. 신자들은 예수님의 희생에 동참하며 금육과 단식을 한다.
교회는 미사 대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운명하신 오후 3시경에 수난 예절을 거행한다. 수난 예절은 말씀 전례와 십자가 경배, 영성체 세 부분으로 진행된다.
성 토요일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고 그를 따르던 제자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성 토요일은 교회가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날이다. 성 토요일은 전례 행사가 없고 고요한 날로 지낸다. 부활 축제가 시작되는 밤중까지 예수님의 부활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참회하는 시기이다.
성주간 전례에 참여하며 그 의미를 기억하고 묵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주간 전례는 우리 신앙의 근본이자 핵심인 파스카 신비를 중심으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주간 중에 전례에 적극 참례하며 그 안에서 우리를 위해 수난하고 죽고 묻히심으로써 구원의 선물을 주신 그리스도의 은혜를 기억하고 찬미와 감사를 드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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