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이름과 세례명이 같은 군종병이 있다. 「노아」이다. 모태 신앙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이름과 세례명이 동일하게 불리게 된 것은 그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부모로부터 주어진 신앙이라는 생각에 어릴 때는 집안 분위기 때문에, 그 후로는 그저 의무감으로 무미건조한 신앙생활을 했다고 한다. 군대에 온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신자라는 이유로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대대 군종병이 되었다.
대대 군종병은 사단급 성당에서 일반 본당으로 말하면 구역장 역할을 하는 병사들이다. 물론 중대, 소대급까지 군종병이 있는 곳도 있지만 천주교는 흔치가 않다. 대대급 군종병은 수백명의 대대급 병사들을 상대로 신자들을 관리하고 주일미사를 나올 수 있도록 챙기고, 신부가 갈 수 없는 수요일 저녁 종교행사를 주관한다. 또 예비신자를 권면하고 그들이 천주교에 관심을 갖고 나올 수 있도록 자신이 맡은 부대 일 이외에 쉴 시간이나 자는 시간들을 쪼개 위문을 하고 면담을 한다. 아마 이런 정도 역할의 구역장이라면 일반 본당에서도 감히 하겠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그들이 군대에 오기 전 본당에서 열심히 활동을 했거나 특별한 체험을 갖고 온 것도 아니다. 그래서 그들의 활동이 늘 기특하기만 하다. 「저런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고맙고 신비롭게까지 느껴진다. 그들의 그러한 노력이 사목자를 움직이게 한다. 그 움직임이 한 달에 한 번 군종병 집체 교육을 하게 한다. 1박2일의 짧은 시간이지만 한달의 생활을 나누고 서로의 선교적 열정도 나누며, 친교를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다.
노아는 대대 군종병을 하며 소중한 은총을 체험했다. 신자가 아닌 이등병이 자신의 부대로 전입을 오게 되었단다. 그 신병이 대대 군종병인 자신을 찾아와 성당을 나가고 싶다고 했던 것이다. 이유인즉 신병교육대에서 우연히 성당을 나가게 되었는데 전례 분위기와 성당을 나오는 병사들의 모습, 군인 가족들의 따뜻하고 친절한 느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단다. 그래서 신자가 되어 성당을 계속 다닐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이었다. 노아는 그 신병을 통해 그동안 자신의 부족했던 신앙, 타성에 젖었던 모습, 군종병으로서의 활동들이 부끄러웠다고 고백했다. 다시금 자신에게 주어진 생명과 모태신앙의 고마움을 느끼며 군종병으로서 더욱 선교의 최일선에서 주님을 전하겠단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30여명의 구역장들이 1만명이 훨씬 넘는 장병들을 상대로 최선을 다해 주님을 전하겠다니….
「주님께서 하시는 일은 안되는 일이 없다」. 그렇다. 자랑스러운 대대 군종병들, 「우리 본당의 구역장들」. 선교의 최일선에서 그들이 하는 일은 안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감히 고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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