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올 초까지 한진동(요셉·48·서울 대치2동본당)씨는 가진 것은 없어도 행복하게 가정을 꾸려나가던 평범한 가장이었다. 비록 IMF 외환위기 때 가산을 탕진하고 지하 단칸방을 전전했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이 한씨에게는 있었다. 전례분과장, 꾸리아 회계, 본당 ME 대표부부를 맡는 등 신앙생활도 열심이었다.
하지만 고통의 그림자는 너무도 갑작스럽게 한씨 가족을 덮쳤다.
올 2월, 아내 이광숙(마리아)씨는 복수가 갑자기 차 올라 찾아간 병원에서 간경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이미 간의 80%가 굳어버려 치료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 간 이식수술만이 생존의 유일한 길이라는 진단결과가 나왔다.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이번엔 한씨에게 병마(病魔)가 찾아 들었다. 위암 말기. 암 세포가 이미 퍼진 상태여서 위의 3/4을 잘라야만 소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씨의 수술이 더 급해 아내 이씨는 제대로 치료도 못 받고 퇴원할 수밖에 없었다. 끼니도 제대로 챙길 수 없는 위중한 병세여서 이씨는 집에 가지 못하고 교우 집에 얹혀 지내야 했다.
다행히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한씨는 현재 병원에서 항암 치료 중이다. 본당 신부와 교우들의 도움으로 급한 불을 끄긴 했지만 그 동안 수술·치료비로 빚진 3000여 만원을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다. 1억 여원 가까운 아내의 이식 수술비는 생각도 못 할 형편이다.
절대적인 안정과 휴식이 필요하던 아내 이씨는 남편 간병을 위해 외출했다가 상태가 더 악화돼 이제는 움직일 수조차 없다. 한씨는 하루 한번 아내와의 전화통화 때마다 자신만 살겠다고 병원에 있는 것 같아 말문이 막힌다.
『막상 병원 문을 나서려니 막막합니다. 아내를 위해 제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잖아요』
두 딸은 어머니 수술비를 마련하겠다며 아르바이트 자리를 수소문하고 있다. 한씨는 링거 주사바늘을 꽂고 그 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 병실에서 묵주기도를 바치며 아내의 건강을 기원하는 것이 한씨가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도움 주실 분=우리은행 702-04-107118 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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