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대에는 수색대대가 있다. 전방의 민통선 안을 수색 정찰하고 지키는 힘든 일을 맡고 있다. 그래서 수색대대 병사들을 보면 늘 대견스럽고 고생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한 번이라도 더 찾아가 위문하고 싶은 부대가 그곳이다. 그 부대 신자들이 공소로 미사를 나오지만 전방을 돌아다니며 힘든 임무를 수행하고, 더구나 차량을 이용해 먼 거리를 와야하기에 미사에 참례하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대대 안에는 교회가 있고 근처의 목사님이 예배를 와주시고 신경을 써주신다. 또한 불교도 근처에 사찰이 있어 걸어서 법회를 갈 수 있지만 천주교는 그럴만한 사정이 못된다. 그래서 부지런히 다니다 힘들고 지치면 부대 내에 신부가 한 사람밖에 없는 것이 불만이기도 하고 괜한 투정거리가 되기도 한다.
수색대대에는 전역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비오」라는 군종병이 있다. 전방을 오가며 군종병 활동을 열심히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신교, 불교 군종병과 함께 서로 화합하며 잘 지낸다. 아무래도 다른 종교에 비해 전례적으로나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함이 많지만 한 번도 신부에게 투정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군종병 집체 교육 때 미사 독서를 통해 자신이 전방에서 경험한 신앙체험을 당당히 나누는 모습이 내 자신을 부끄럽게 한다. 그리고 오히려 자주 찾지 못하는 신부를 위로한다. 자신이 더 잘하겠다고….
얼마 전 매주 하는 본당 자매님들의 구역 모임이 있었다. 마침 구역 모임을 하는 집 자매님의 남편이 수색대대에 근무하는 분이었다. 우연히 나눔을 하다가 그곳 군종병들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는데 단연 우리 비오 군종병이 화젯거리였다. 부대 내에서도 다른 병사들이 존경할 정도로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다른 종파의 군종병들도 그래서 비오를 좋아한다. 지난 집체교육 간담회 때 미사를 못 오는 때면 얼마 되지 않는 병사들과 공소예절을 하며, 성서를 창세기부터 가르치기 시작했다는 비오의 말이 생각났다. 늘 말이 없고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으며 묵묵히 활동하는 비오는 어느새 장병들에게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까지도 좋은 청년 신앙인의 모습으로 기억되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삶 자체가 성사요 기쁜 소식이었던 것이다.
이번 구역 모임 때 들은 비오의 소식은 하느님의 성령의 무한하신 섭리와 역사하심을 한없이 부족한 신부의 능력 범위로 제한시켜 힘들어했던 지난 내 모습을 부끄럽게 했던 기쁜 소식이었다.
『하느님 그저 모든 것이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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