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운보 김기창 화백(베드로.1914~2001)의 성화 연작 「예수의 생애」 판화모음전이 운보문화재단 주최로 4월 16~22일, 5월 7~13일 서울 평화화랑에서 각각 열린다. 본보는 부활대축일을 맞아 「예수의 생애」 전작 30점 가운데 주요 작품을 선정, 지상전시한다.
운보 김기창 화백은 「예술과 신앙은 하나」라는 신념으로 천재적 예술혼과 활화산 같은 창작열을 불태웠던 한국 현대화단의 거목이다.
「예수의 생애」 연작은 김화백의 작품 중 단연 백미(白眉)로 손꼽힌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53년에 완성된 「예수의 생애」는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예수님의 잉태를 알리는 「수태고지」를 시작으로 「부활」 「승천」까지의 예수님의 일생 중 주요 일화를 그려내고 있다. 김화백이 제작 도중 『어두운 동굴 속을 비추는 한줄기 빛 아래서 예수님의 시체를 부둥켜안고 통곡하는 꿈을 꾸었는데 문득 정신을 차리니 나는 동굴이 아닌 햇빛이 눈부신 방에 앉아 붓을 들고 있었다』고 밝힌 일화로 더욱 유명하다.
「예수의 생애」는 전쟁의 비극적 상황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심상으로 나타낸 작품. 특히 서양화의 이미지로 인식되어온 성화를 한국적 표현으로 그려냄으로써 그 가치를 높이 인정받고 있다. 작품 속 예수님은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전형적인 조선시대 선비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천사는 선녀로 나타내는 등 성서말씀을 우리 고유의 문화로 표현하고 있다.
『예수님이 빌려주신 붓을 다 쓰고나면 잘 빨아서 갈 때 갖다 드려야 해』라며 자신의 달란트에 감사했던 김기창 화백. 그는 2001년 1월 24일 선종하는 날까지 묵주를 손에 쥔 채 그렇게도 원하던 갓 쓴 예수님 곁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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