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교구 용성본당 주임을 끝으로 은퇴, 제주도 한티 녹원에서 살고 있는 정순재 신부가 포토 에세이집 「쓰러지는 갈대, 바람의 노래여」(가톨릭출판사/331쪽/1만5000원)를 펴냈다.
지난 77년 대구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래 사진전만 여덟 차례나 가진 이력이 보여주듯, 노사제의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듬뿍 담긴 영상집이다.
머리에 짐을 한껏 이고 시골길을 하염없이 걷는 아낙네, 두 손으로 묵주를 꼭 쥔 채 서서 기도를 바치는 할머니, 아득히 지평선과 맞닿은 철길을 홀로 걷는 수녀, 식사 기도를 바치는 어린 형제의 얼굴 표정 등 68편의 글과 사진은 우리네 일상 삶의 구석구석을 처절하리만큼 솔직하게 드러낸다. 여기에 정신부가 고백하듯 담은 글이 독백처럼 깔린다.
25년 세월을 사진작업에 몰두해 온 정신부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대상보다는 소외되고 버려진 곳을 렌즈에 담아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가슴에 한이 응어리진 사람, 인생의 질곡(桎梏)에서 신음하는 사람,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그들의 내면에서 「Logos(말씀)」의 거룩함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낯선 나그네길 위에서 마주치는 것은 무엇이나 그리움을 표현하는 한 토막의 노래나 출렁대는 바닷물이 가슴을 흠씬 적시는 한 폭의 그림이 되어 땅 끝에선 나그네는 서럽게 길만을 묻습니다』 (머리말 중)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 에세이집에서도 정신부는 「인간」을 주제로 했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볼거리도, 유별난 주인공도 없지만 흑백 사진과 정갈한 언어를 통해 만나는 우리 이웃들의 일상은 친근하다 못해 애틋하기까지 하다.
소박하고 향기로운 「쓰러지는 갈대, 바람의 노래여」는 정신부의 다섯 번째 작품집.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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