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니 전쟁이니 연일 뉴스 앞머리를 장식했던 우울한 소식을 뒤로하고 가족과 평화, 화해, 그런 단어들이 더욱 그리워지는 때다. 종교를 넘어서 일치하는 모습,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으로 삭막한 마음을 따스하게 데워줄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돼 눈길을 끈다. 온가족이 함께하며 진솔한 삶을 느껴볼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 보리울의 여름
「보리울의 여름(이민용 감독)」은 보리울이라는 작은 시골마을의 신부와 수녀, 스님 그리고 아이들이 축구를 매개로 선입견, 종교 등을 뛰어넘고 하나로 어우러지는 휴먼코미디. 전주교구 수류성당이 촬영장소로 제공돼 관심을 더한다.
갓 서품된 김스테파노 신부(차인표 분), 깐깐하고 엄숙함으로 무장한 원장수녀(장미희 분), 발랄하지만 푼수끼 있는 바실라 수녀(신애 분), 아들을 두고 출가한 아버지 우남 스님(박영규 분)과 성당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의 아이들, 보리울 마을 아이들의 티격태격 일상이 걸죽하게 그려진다.
읍내 아이들로부터 항상 놀림을 받지만 언제나 밝고 명랑한 보리울 아이들에겐 축구가 큰 즐거움. 그러나 읍내아이들에게 지기만 하는 보리울팀은 마지막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 우남 스님에게 축구 코치가 되어주길 부탁한다. 초짜 신부도 성당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축구를 가르치게 된다. 마을 아이들과 성당 아이들은 읍내 아이들과 결전의 날을 펼치기 위해 단일팀을 이루게 되는데….
『못하면 어때? 같이하는 게 중요하지』
아이들의 의젓한 대사에 축구공처럼 둥굴둥글하게 사는 삶의 방식이 표현된다.
어른들의 축구경기처럼 화려한 플레이나 기발한 반전은 없지만 정정당당한 아이들, 아기자기한 시골마을 풍경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박영규, 장미희, 차인표 등 굵직굵직한 배우들의 장난스런 대사에도 삶의 진리가 녹아있다.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의 음성이 가슴에 들려요. 우린 서로 사랑해요』 어린이들의 마지막 합창 소리가 긴 여운을 남긴다. 4월 25일 개봉.
■ 애니메이션 「오세암」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새로운 문학장르를 개척한 작가 고(故) 정채봉씨의 동화 「오세암」이 가족용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선보인다. 이번 영화는 원작이 갖고 있는 문학적 향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고심했다는 평.
「오세암(성백엽 감독)」은 다섯살배기 길손이와 누나 감이의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그려내고 있다.
불의의 사고로 엄마를 잃은 감이와 길손 남매. 감이는 어머니가 죽을 때의 사고로 앞을 못보고 길손은 아직 어머니가 살아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스님」을 「아저씨」라고 부르고, 이불에 오줌싸고 선방으로 날짐승을 몰아와 우당탕거리고 법회 중인 스님들 신발을 몽땅 가져다 나무에 달아놓고…. 그러나 밝음 그 자체인 것 같은 길손이에게도 숨겨둔 슬픈 소원이 하나 있다. 한 번이라도 엄마를 가져 보는 것.
『마음을 다해 부르면…. 그러면 엄마가 온단 말이지?』 길손이는 설정 스님을 따라 겨우내 작은 암자에서 마음의 눈을 뜨는 공부를 하기로 한다.
애니메이션 「오세암」의 또다른 특징은 2D애니메이션으로 제작, 3D만큼 실사에 가까운 입체감은 없지만 서정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는 것. 길손이의 캐릭터도 실제 5살 한국어린이의 체형과 얼굴 생김을 최대한 살렸다. 눈 덮힌 산의 실감나는 장면, 휘몰아치는 눈바람, 시냇물과 바닷물이 햇빛에 투영돼 반짝반짝 빛나는 장면 등은 가장 한국적인 빛깔을 띤 애니메이션이라는 평이 실감나게 한다.
아름다운 영상과 남매의 애잔한 이야기, 주인공의 천진난만한 동심이 콧날 시큰한 감동을 주는 가족영화다. 5월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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