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언제나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한 사람의 존재론적 가치를 뚜렷이 확인시켜주는 결정적 계기가 되는 것은 모순적이게도 그의 부재(不在) 때이고, 영광과 축복이라는 결과는 꼭 그만큼의 고통과 눈물을 품고 있으니 말이다. 예수님의 고통과 부재를 체험했던 성주간은 부활이라는 영광과 축복으로 건너감을 위한 전제 조건이었다. 희랍어 「파스카」(히브리어 「페샤흐」)가 「건너감」을 의미하듯이, 이제 우리도 시편 입문을 오늘로 마무리하고 다음 주부터는 몇몇 시편을 직접 만나보는 「건너감」을 시도하고자 한다.
머리글이 가지는 난제들
시편 입문 부분에서 마지막으로 언급해야 할 것은 「머리글」 부분이다. 머리글이란 시편의 본문이 시작되기 전, 앞부분에 제시된 짤막한 글을 통칭하는 용어인데, 150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시편은 34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머리글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 머리글들의 생성 시기와 정확한 의미, 용도에 대하여 밝혀진 부분이 아직 많지 않다는 데에 있다.
일반적으로 단어나 구절이 명확하지 않은 성서 본문을 이해하는데 결정적 도움을 주는 것은 그 본문에 해당하는 다른 번역본들이다. 번역본들을 통해, 역으로 그 본문의 본래적 의미를 추정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편의 머리글은 이 방법이 적용될 수 없다. 각 번역본들이 정확한 번역을 제시해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기원전 3~2세기경 히브리 성서를 희랍어로 번역하던 칠십인역의 역자에게조차도 머리글의 내용은 정확치 않았던 것이다.
형성시기와 형식
머리글은 각각의 시편이 처음 구성될 때 함께 등장했던 것이 아니라, 시편 수집가나 편집자에 의해 후대에 붙여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머리글들이 주로 담고 있는 내용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겠다.
1) 우선 그 시편의 작가라고 간주되는 「사람의 이름」이 수록되어 있다. 모세(90편), 솔로몬(72, 127편), 아삽(50편, 73~83편), 코라의 후손들(42, 44~49, 84~85, 87~88편), 헤만(88편), 에단(89편), 여두둔(39, 62, 77편), 다윗(73개 시편에 등장)등이 머리글에 등장하는 각 저자들의 이름이다.
2) 두 번째로 머리글에는 각각의 시편에 대한 「문학적 성격」이 언급되어 있다. 예를 들어 57편의 머리글은 이 글을 「시」(미즈모르)라고 언급하고 있고, 86, 90, 102, 142편에서는 그 시편들을 「기도」(터필라)라고, 그리고 시편 30번은 「노래」(쉬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뜻이 불분명한 것도 있다. 시편 32, 42, 44, 45, 52~55, 74, 78, 88, 89, 142의 머리글에 등장하는 「마스킬」이라는 단어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언급하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고, 시편 7편에 등장하는 「쉬가욘」, 그리고 시편 16, 56, 57, 58, 59, 60에 등장하는 「미크탐」 역시 그 의미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3) 또한 머리글에는 그 시편에 붙여지던 「음악적인 표기」들도 등장한다. 예를 들어 「새벽 암사슴」(22편), 「백합」(45, 69편) 「멸망시키지 마소서」(57, 58, 59, 75편) 등의 표기인데, 이들은 그 시편의 가락(멜로디)을 표기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치 현대의 노래들이 「자장가 풍」 혹은 「행진곡 풍」, 「왈츠 풍」, 「발라드 풍」 등 이루 셀 수 없이 많은 가락을 가지고 있듯이, 히브리 노래들 역시 서로 다른 가락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고, 이를 「새벽 암사슴」 혹은 「백합」이라는 이름으로 표기했던 것이다. 그 가락이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시편의 당시 독자들에게는 아주 친근한 가락이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 가락들에 대한 특별한 부연 설명이 등장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잘 알려진 가락이었던 것이다. 머리글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이외에도 여러 가지 있지만, 이 정도의 소개로 만족하고 다음 주부터는 시편을 직접 만나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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