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신부로 군대에 와서 처음 보내는 성주간이었다. 군종신부로 오기 전 군사목에 대한 선배 신부님들의 말씀을 간혹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 조언들 중 공통된 것은 군사목 현장은 여러 면에서 척박하다는 것이다. 특히 전례 부분이 그렇다고 했다. 실제 미사를 중심으로 한 여러 전례들이 그 도구부터 신자들의 참여와 관심, 이해도가 일반본당에 비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전례에 참석하는 대부분이 병사들인데다 그중에는 신자가 아닌 병사들이 많고, 신자라 하더라도 상당수가 냉담을 하다 군에 온 경우이다. 또 전방 부대의 성당인 경우 신자 군인가족이 몇 가구되지 않고 부대 일정에 따른 훈련 등 특수한 상황으로 참석하지 못하거나 다양한 교리교육이나 전례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우리 본당 역시 그런 여건이기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시작한 성주간이었다.
성목요일 주님 만찬미사는 12명 남짓한 신자들이 모였다. 부활 파견 나온 군종병들과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들 몇 분. 그러다 보니 만찬미사 준비에 모두 각자의 역할이 있었다. 수난 전날 마지막 만찬을 분주히 준비하던 제자들의 모습이다. 수난 감실에서의 밤샘기도도 먼 곳에서 차를 타고 와야 했고 적은 인원이기에 그만큼 길게 반복해서 해야 했다. 그러나 모두가 진지했다.
성금요일 주님 수난예식도 마찬가지였다. 수난 받으시는 주님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곁을 지켰던 이들이 몇 안되었듯이 십자가의 길과 수난예식에 참여한 몇 안되는 신자들의 모습이 골고타언덕 십자가 아래를 지켰던 이들의 모습이었다. 부활을 확인시키고 부활 빛의 의미를 온전히 드러내고자 많은 병사들을 위한 계란과 간식을 수고롭지만 기쁘게 준비하는 자매들의 손길, 바쁜 업무와 훈련 중에 전례와 행사를 준비하는 사목위원들, 성가 연습과 복사 연습, 주변 청소에 여념이 없는 군종병들….
이렇게 부활을 준비하는 이들의 수고로운 모습 속에 「이미」 부활은 시작되었는데 그들은 「아직」이라는 겸손함으로 더욱 분주하기만하다. 그 모습이 부활을 사는 교회의 모습이었고 부활하신 주님의 모습이었다. 최전방에서 보내는 성주간과 부활이 이렇게 큰 기쁨으로 느껴지는 것은 그렇게 살라는 말씀과 함께 부활의 기쁨을 나누지 못한 나를 성찰케 하며 이제는 가서 나누라고 주신 복된 구원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부활을 사는 사랑스런 우리 본당공동체 신자들과 군종교구 주교님, 전후방에서 수고하는 모든 신부님, 수녀님, 신자들과 이 기쁨을 나누며 전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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