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덜어내 보세요. 그만큼 예수님의 몫은 커집니다』
전양숙(이사벨라.67.서울 장위동본당)씨 가족은 전씨의 손자까지 총 다섯 식구. 하지만 전씨는 식사를 준비할 때면 어김없이 여섯 명분 쌀을 담고 그 중 한 줌은 헌미 주머니에 담는다. 전씨의 헌미 주머니는 20여년 가까이 사용한 탓에 빛이 바랬지만 한 줌의 쌀이 모여 불룩해진 모습으로 전씨 집 주방 한 켠에 항상 자리하고 있다.
전씨가 한 줌의 쌀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지난 85년. 사순시기 본당에서 시작한 불우이웃돕기 캠페인에 동참하면서부터다.
전씨는 돈으로 봉헌하는 것보다 가정에서 몸소 실천해 이웃을 돕자는 뜻에서 예부터 내려오던 「좀덜이 쌀」을 재현해 보기로 하고 시장에서 천을 사 와 손수 주머니를 만들었다. 당시 구역장이던 전씨는 신자들에게 자신의 뜻을 설명하고 주머니를 나눠주며 쌀을 모았다. 전씨는 이렇게 모은 쌀을 빈첸시오회나 레지오를 통해 주위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썼다. 또 쌀로 떡을 해 신자들과 함께 나누고 그만큼 현금으로 바꿔 봉헌하기도 했다.
89년 세계성체대회 이후 교회가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통해 헌미헌금운동을 시작하자 전씨도 적극 동참했다. 자신부터 시작해 이웃 신자들과 함께 실천하던 운동이 이제 교회 전체가 함께 하는 운동으로 발전한 격이 됐다. 전씨는 헌미헌금운동 초창기부터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헌미헌금위원으로 활동하며 헌미헌금운동의 홍보에 누구보다 앞장서 일했다.
전씨는 헌미헌금 봉헌의 달인 5월과 9월뿐 아니라 일년 내내 매 끼니마다 헌미를 실천하고 있다. 한때 쌀을 매일 모으는 것이 귀찮고 주위 교우들의 반응도 미지근해 중단한 적도 있었지만 이내 「혼자라도 해야 한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쌀을 나눈다는 것. 비록 500원도 채 안 되는 한줌의 쌀이지만 그 쌀을 덜어내며 갖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해요』
하지만 2차 헌금 한 번 더 한다는, 그저 돈 조금 더 내면 된다는 생각으로 헌미헌금 봉헌의 달을 보내는 교우들이 너무 많은 게 안타깝다고 전씨는 말한다. 쌀을 모으는 것이 귀찮고 번거롭다고만 생각하지 그 쌀을 모으며 느끼는 기쁨과 보람을 모른다는 것이다.
『밥솥을 열어 모락모락 김을 내뿜는 기름진 밥을 보면 예수님의 몸이라는 생각이 들어 절로 성호를 긋게 됩니다. 내 자신이 예수님의 몫을 챙길 수 있다는 기쁨, 그리고 그 몫이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들의 희망이 된다는 것이 정말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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