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라면 아마 묵주 하나쯤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각 가정에도 십자고상과 함께 으레 성모상이 모셔져 있는 등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성물의 다수가 성모마리아와 관련된 것들이다.
단순히 작은 성물뿐 아니라 다양한 미술분야에서부터 음악, 문학 등의 여러 작품들은 마리아 또는 그 관련 내용을 주제로 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바쳐지고 있는 기도로는 묵주의 기도를 들 수 있으며, 가장 규모가 큰 신심단체도 레지오마리애로 성모를 공경하며 그 모범을 따르는 신심단체다. 이는 그만큼 마리아에 대한 신자들의 사랑과 공경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교회 신자들은 초기부터 성모신심이 돈독했다. 죽음을 앞둔 마지막 순간까지 성모님께 전구했던 순교자들의 모습에서나 묵주기도, 성모매괴경 등의 책을 통해 성모공경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성모신심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성모신심을 바탕으로 한 여러 단체들이 한국교회 복음화에 기여한 바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공경이 지나쳐 미신화 되고, 기복적인 기도가 보편화되고, 교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성모 발현과 마리아와 관련한 사적 메시지가 나돌아 일부 신자들의 신앙심을 어지럽히는 경우도 종종 나타난다.
우리가 성모마리아를 공경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마리아가 구세주 「예수의 어머니」이시기 때문이다. 신앙인의 최고 모범으로 꼽는 마리아가 어떤 분인 지, 어떤 생애를 지냈는지 제대로 알아 공경하고 그 모범을 따라야 할 것이다.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고 신앙고백한 성모 마리아는 완전한 믿음과 겸손의 신앙자세를 보여준다. 마리아는 원죄없이 잉태되고,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었고, 구세주의 구원사업에 동참하고, 지상의 삶을 끝낸 후 하늘로 승천했다. 그러나 이러한 은총과 함께 이집트에서의 피난생활을 비롯해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겪는 등 심한 고통도 겪어야했다. 우리는 이러한 고통을 인내하며 끝까지 믿음과 겸손의 자세를 보인 마리아의 모습을 따라야 할 것이다.
모든 신심은 하느님께 대한 경배를 높이고 풍요롭게 할 때만 그 의미와 가치가 있다. 참된 성모신심은 마리아처럼 예수님을 삶의 중심에 모시고 사는 일에 있다.
성모를 공경하는 방법은 개인에 따라 다양하다. 성모성월 행사 등 전례력에 따른 행사 참여를 비롯해 여러가지 기도 및 성가, 시, 글 등으로 자녀다운 사랑과 공경을 표할 수 있다. 특히 마리아를 공경하는 신심운동 및 단체에 가입해 특별한 봉사나 자선활동 등을 봉헌 할 수 있으며, 많은 이들에게 마리아의 올바른 모습을 알려 사랑과 공경의 마음을 심어줄 수 있다.
그러나 특히 젊은이들은 제대로 된 묵주기도 방법도 모르고, 묵주반지나 기적의 패 등을 액세서리로 끼고 다니는 등의 자세는 적극 반성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성모발현과 기적, 메시지에 관련한 체험 등이 신심생활에 자극제가 되고 활력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측면을 넘어서 교회에서 공인하지 않은 발현지나 메시지 등에 빠지지 않도록 교회의 지도를 잘 따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가 흔히 표현하는 「마리아께 기도한다」 혹은 「마리아를 믿는다」 등의 표현도 고쳐야 할 것이다.
성모마리아는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하느님을 중심으로 둔 삶을 사는데 가장 큰 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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