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새 회칙 「교회와 성체」(Ecclesia de Eucharistia)를 『교회는 성체성사에서 그 생명을 이끌어냅니다』라는 말로 시작했다. 참으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성체성사를 통해 영원한 생명의 빵을 모시며 성장해 나간다.
희생제사와 실체변화
그러면 신앙생활의 중심인 성체성사에 어떻게 하면 올바르게 참여할 수 있을까.
먼저 성체성사가 지닌 희생제사로서의 의미를 제대로 깨달아야 할 것이다. 교황은 회칙에서 『성찬례는 해골산의 희생제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희생제사이며 단지 그리스도께서 신자들에게 영적 양식으로서 당신 자신을 내어주시는 것이라는 식의 일반적인 의미만을 지닌 것은 아닙니다』(13항)라고 강조했다.
즉 『희생제사의 의미를 없애 버리고 단순히 형제애의 잔치로 거행』(10항)하는 것은 성체성사의 신비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따라서 신자들은 성체성사를 단지 영적이거나 상징적인 의미로서만 이해해서는 안된다.
희생제사로서의 성격은 즉시 성체 안에 독특한 형식으로 이뤄지는 그리스도의 현존, 「실체변화」와 직결된다. 『빵과 포도주의 축성은 빵의 전 실체를 우리 주 그리스도의 몸의 실체로, 포도주의 전 실체를 그분의 피의 실체로 변화시킨다』(트리엔트공의회 제13회기, 지극히 거룩한 성체성사에 관한 교리, 1642).
그러므로 신자들이 간혹 잘못 이해하듯이 미사 때 사제가 거행하는 성체성사를 통해 이뤄지는 「실체 변화」를 단지 상징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가톨릭 신자로서의 올바른 이해가 아니다.
실제로 교회의 역사 안에서 이에 대한 잘못된 이해들이 적지 않았다. 루터는 실체변화 교리를 성서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교회의 신앙 교리로 선언될 수 없다고 반박하면서 그리스도의 인격적인 현존을 말했다. 칼뱅은 성령을 통한 그리스도의 힘의 현존, 츠빙글리는 더 나아가 성체성사 안에서의 현존을 순전히 정신적, 심리학적인 것으로 해석했다.
트리엔트 공의회 제13회기에서는 실체 변화 교리를 교의로 선포함으로써 성체성사에 대한 오류들을 단죄했다.
따라서 우리 신자들이 미사에서 영성체를 하면서 그 안에 실제로 현존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단지 영적이거나 상징적인 것으로만 이해한다면 매우 큰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올바른 참례
『희생제사의 구원의 힘은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실 때 완전하게 실현됩니다』(16항).
모든 신자들은 미사에 참례하고 영성체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실제로 우리 안에 받아 모심으로써 많은 은혜를 받게 된다. 그만큼 우리 신앙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바로 성체성사이기에 바른 자세와 준비로 성사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성찬례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은총의 지위에 있어야 한다. 회칙은 36항에서 「가톨릭교회 교리서」와 트리엔트 공의회의 규율을 재차 확인하고 『중한 죄를 지었다고 느끼는 사람은 성체를 모시기 전에 고해성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주님의 몸과 피를 모독하는 죄를 범하는 것』(1고린 11, 27~28)이 된다.
다음은 공복재를 지켜야 한다. 교회법 919조는 『성체를 영할 자는 영성체 전 적어도 한 시간 동안은 물과 약 외에는 어떤 음식도 삼가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입으로 그리스도를 모시기 때문에 외적으로도 준비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아울러 영성체를 더욱 합당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오시는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을 발하고, 자신을 내어주시는 그리스도께 사랑을 약속하며, 초대받은 사람이 그 시간을 기다리듯이 그리스도를 갈망하는 마음의 자세를 다져야 한다. 외적으로도 주님을 맞는데 합당하도록 몸단장을 하고 적절한 예복을 단정하게 갖춰 입어야 한다.
영성체를 한 후에는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 몸 안에 받아 모신데 대해 감사와 흠숭의 마음을 갖고 그리스도로 인해 새로운 힘을 받았으니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하느님 나라를 위해 일하겠다는 다짐을 해야 한다.
▲ 성체안에 현존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단지 영적이거나 상징적인 것으로만 이해한다면 매우 큰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주일미사와 성체신심
성찬례는 항상 미사 중에 거행된다. 모든 신자들은 가장 완전한 기도인 미사, 특별히 주일 미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아야 한다.
교황은 교황교서 「주님의 날」(Dies Domini)에서 주일미사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심각한 장애가 없는 한 신자들은 미사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성찬례와 관련해서 신자들은 미사에서 영성체를 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준비를 해야 한다. 따라서 안이한 마음과 자세로 은총의 지위에 있지 못한 상태로 미사에 참례하거나 단지 의무적이고 습관적인 태도로 주일 미사에 참례하려고 성당에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성체 공경은 반드시 미사 안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교황은 이번 회칙에서 『미사 밖에서 이뤄지는 성체 공경은 교회 생활에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것』이라며 『이러한 경배는 성찬의 희생 제사 거행과 연결돼 있다』(25항)고 확인했다.
「성체 신심」으로 불리는 이러한 성체 공경은 성체조배, 성체현시, 성체 강복, 성체 거동, 성체 대회 등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성체 조배는 감실 안에 모셔지거나 현시된 성체 앞에서 개인적, 공동체적으로 기도하는 신심 행위이다.
교황은 회칙에서 이러한 성체 조배의 전통이 점차 사라지고 있음에 대해서 매우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10항)하면서 알폰소 데 리구오리 성인의 말을 인용해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을 흠숭하는 것은 성사에 이은 가장 뛰어난 신심』(25항)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