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교회는 성체성사에서 그 생명을 이끌어냅니다. 이 진리는 교회의 신비의 핵심입니다. 성찬의 희생 제사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교회 헌장, 11항)입니다. 교회의 눈길은 언제나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향하고 있습니다. 성삼일은 파스카의 신비를 품고 있으며, 성체성사의 신비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파스카의 신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러므로 파스카 신비의 뛰어난 성사인 성체성사는 교회 생활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교회는 오순절에 성령을 받음으로써 태어나 세상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지만, 교회 형성의 결정적인 순간은 분명히 다락방의 성체성사 제정이었습니다. 파스카 사건과 수세기 동안 그 신비를 현존시켜 온 성찬례에는 구원의 은총을 받은 역사상의 모든 이를 끌어안는 참으로 엄청난 「능력」이 있습니다. 이 회칙으로 성체성사의 「놀라움」을 되살리고자 합니다. 교회는 성체성사 안에 계신 그리스도에게서 자신의 생명을 이끌어냅니다. 성체성사는 신앙의 신비이며 동시에 『빛의 신비』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어두운 그림자도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성체 조배 관습이 거의 사라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 놀라운 성사에 관한 가톨릭 교리와 건전한 신앙에 혼란이 일고 있습니다. 때로는 성찬의 신비를 극단적으로 축소하여, 그 희생 제사라는 의미를 없애버리고 단순히 형제애의 잔치로 거행하기도 합니다. 사도 계승에 바탕을 둔 직무 사제직의 필요성이 때때로 흐려지기도 합니다. 이 회칙으로 그 어둠을 걷어내어, 성체성사가 찬란한 신비로 끊임없이 빛나기를 바랍니다.
신앙의 신비
교회가 주님의 죽음과 부활의 기념제인 성찬례를 거행할 때, 이 구원의 중심 사건은 실제로 현존하게 되며, 우리의 구원 활동이 이루어집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이의 구원을 위하여 십자가 위에서 곧 바치게 될 당신의 희생 제사를 성사가 되게 하셨습니다. 성찬례는 해골산의 희생 제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희생 제사입니다.
그리스도의 파스카에는 그분의 수난과 죽음뿐만 아니라 부활도 포함됩니다. 부활로써 그 정점에 이르는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를 미사에서 성사적으로 재현하는 것은 실체 변화라는 매우 특별한 현존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성체성사는 신앙의 신비입니다. 희생 제사가 지닌 구원의 힘은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실 때 완전하게 실현됩니다. 성찬례를 통하여 우리는 세상 종말에 우리의 육체가 부활할 것이라는 보증을 얻습니다. 성찬례는 지상에 나타난 천국을 보는 것입니다. 『새 하늘, 새 땅』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희망은 현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책임 의식을 증대시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복음의 빛으로 더욱 인간다운 세상, 하느님의 계획에 온전히 일치하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이바지할 임무가 있습니다.
교회를 세우는 성체성사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과 행동은 새 계약의 백성인 새로운 메시아 공동체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세상 끝날 때까지, 교회는 우리를 위하여 희생되신 하느님의 아드님과 성사적 친교를 이룸으로써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이루는 결합은 성찬의 희생 제사에 동참함으로써, 특히 성사적 친교로 이루어지는 완전한 나눔으로 끊임없이 새로워집니다. 우리 각자가 그리스도를 받아 모실 뿐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우리 각자를 받아들이십니다. 실제로, 우리는 그분의 힘으로 삽니다. 『나를 먹는 사람은 나의 힘으로 살 것이다』(요한 6, 57). 성찬례는 바로 교회를 자라나게 함으로써 인간 공동체를 건설합니다. 미사 밖에서 이루어지는 성체 공경 또한 교회 생활에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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