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성모성지 이상각(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는 성지를 찾은 신자들에게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신앙은 선조들의 거룩한 순교의 피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덧붙여, 순교자들의 삶은 단순한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오늘은 물론 내일의 신앙인들에게도 여전히 가장 좋은 모범이요, 삶의 본보기라고 강조한다.
지난 1989년 성지 담당 사제로 부임했으니 올해로 만 13년째. 성지 곳곳에서 묻어 나오는 순교 신심의 향기가 그를 순교자들의 삶과 영성을 재조명하는 일에 붙잡히게 했다.
우리 순교 성인들의 삶이 애니메이션으로 그려져 CD-롬과 동영상으로 출시된 것이 지난 1월. 넉 달의 산고 끝에 이번에는 애니메이션에 묵주기도의 형식을 접목시켰다. 「순교자와 함께 바치는 묵주기도」(남양성모성지 출판부/165쪽/5000원)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 책은 묵주기도의 각 단에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삽입, 신자들이 묵주기도를 바칠 때마다 순교자들의 삶을 되새길 수 있도록 한 묵상 기도집이다.
『순교자들은 형장으로 나가면서도 기쁜 목소리로 묵주기도를 바쳤으며, 죽음을 당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를 외치며 손에서 묵주를 놓지 않았습니다. 순교자들에게 있어 묵주는 모진 박해와 핍박 가운데서도 신앙을 지켜주는 가장 좋은 무기였습니다』
이신부는 이번 기도서에 대해 『묵주기도라는 형식에 담겨져 있기 때문에 순교자들의 깊은 신심과 훌륭한 삶을 언제 어디서나 혼자서도 쉽게 묵상하며 기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한다. 그래서 기도서도 반모임 등에서 함께 묵상하며 기도할 수 있는 「공동체 기도용」과 혼자 기도할 수 있는 「개인 묵상용」의 두 부분으로 구성했다.
『이번 작업을 하며 많은 순교자들의 삶을 하나하나 다시 들여다보고 묵상하다보니, 순교자들의 발자국 하나 하나가 모두 하느님에 대한 증언 그 자체이며, 신앙의 고백이었음을 새삼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신부가 또 관심을 갖고 기획하는 분야는 번역 작업. 해외에까지 우리 나라 순교자들을 알리려는 취지로 곧 영어판, 스페인어판, 프랑스어판을 펴낼 계획이란다.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테이프와 씨디로 제작된 「오디오북」은 이미 책과 함께 선보였다.
『부족하지만 제가 펼치는 작업들이 신자들의 순교 신심을 돈독히 하는데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제 이상각 신부는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더 많은 순교 성인을 찾는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성지를 찾는 신자들이 많아져 갈수록 힘이 들지만, 순교자들의 삶을 살펴보는 작업은 계속될 예정이다. 5월의 햇살아래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성지를 나서며, 이신부로부터 선물로 건네 받은 작은 묵주에서 따스함이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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