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목사이지만 가톨릭 사제나 수녀들과 폭넓은 만남을 나누며 강론도 마다 않는 이현주 목사를 보고 천주교로 개종하는 게 어떠냐는 물음을 던졌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한 종교를 떠나 다른 종교로 가는 게 개종이지요. 그런데 제게는 천주교가 다른 종교가 아니란 말씀입니다. 안방에서 건넌방으로 왔다갔다하는 걸 이사한다고 말하던가요?』
굳이 자기 이름에 얽매이지 않고 싶지 해서 필명 이아무개를 쓰는 이현주 목사가 27년 전 펴냈던 책 「예수의 죽음」이 재출간됐다. 유신독재가 민중의 눈과 귀와 입을 틀어막고 있던 70년대에 쓰여졌던 글인 만큼 다소 거칠게 느껴지지만 낡은 느낌은 없다.
오히려 전쟁과 평화의 이념이 대치되는 요즈음에도 귀기울일 구절이 많아 안타까울 정도. 책 곳곳에서는 당시 삼십대에 불과했던 저자의 사상과 혈기가 살아 넘친다.
예수를 화자(話者)인 「나」로 서술하고 있는 이 책은 예수의 입장에서 써내려 간 소설 형식의 사회.종교 비판 에세이로, 그의 죽음과 부활에 초점을 맞춰 서술한 점이 특징.
〈이아무개/샨티/196쪽/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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