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일곱 빛깔이 어울려 오묘한 아름다움을 드러내 주는 무지개처럼 수도자로서, 사제직을 준비하는 신학생으로서 살아가는 삶의 형태는 다르지만 같은 목적지를 향해 함께 공부하며 서로의 성소를 독려하는 모습들은 5월의 푸르름 같은 청신함이었다.
성소주일을 맞아 본지는 이해영 수녀(대구 성포교베네딕도 수녀회)를 비롯 여섯명 수녀들이 신학생 수사들과 한 반을 이루고 있는 가톨릭대 신학과 3학년 교실을 찾았다. 다양함과 어울림 속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성소」(聖紹)의 현장을 만나보기 위해서였다.
기자가 신학과 3학년 수녀들을 찾아 성신교정을 방문한 날은 중간고사 주간이었다. 마침 「공관 복음」 과목은 시험을 치르지 않고 분반 발표 시간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수업 참여가 가능할 수 있었다.
수녀들에게는 이 시간 이후 시험 과목이 하나 더 남아있는 상황. 공부 유무에 상관없이 마음 한켠은 시험에 대한 부담이 가득한 기색들이었지만 발표자들이 하나 둘씩 나와 준비된 내용을 소개하자 눈빛에는 생기가 돌았다. 복음에 관계된 것들을 어찌 하나라도 놓칠 수 있으랴.
가톨릭대 신학대학에 수도자 입학이 가능하게 된 것은 지난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부터 성직 희망자들 뿐 아니라 신학 공부를 희망하는 수도자들과 남녀 평신도들이 가톨릭 신학 및 사상들을 신학생들과 함께 배우고 연구하고 있다.
3학년에 진급하면서 부터는 수강 과목의 많은 부분이 신학에 할애되고 있다. 이번 학기에 10과목을 수강하고 있는 수녀들은 기초 윤리신학 교부학 시원론 형이상학 신 삼위일체론 윤리철학 공관복음 모세오경 등의 수업을 듣는다.
그외 교직 이수를 위한 두 과목을 더 수강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시험 마지막 날인 이날 수녀들의 컨디션은 「올인」한 듯 했다.
드디어 시험이 끝나고, 기자의 요청으로 6명 수녀들은 영성관 뒷뜰에서 신학생, 수사 등 동급생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늘 수업시간에 마주치는 얼굴들이지만 서로의 삶과 생활을 나누는 기회가 자주 있는 것은 아니란다. 그래서 이 시간은 예상보다 더욱 진지하게 그간 서로에게 느껴졌던 삶의 모습들을 하나 둘씩 꺼내놓는 분위기가 됐다.
학생 수녀들은 첫 서원을 마쳤거나 종신서원을 한 경우가 대부분. 그래서 고등학교 졸업후 바로 입학한 동급 신학생들에 비해 대개 10년 정도의 연륜 차이를 갖는다. 「큰 누님」 혹은 「막내 이모 」같은 별명을 갖게 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들은 서로에게 든든함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미래 자신의 사제상에 대해 고민하면서 현실적인 어려움 들을 피하려 하지 않고 직면하려 노력하는 것을 볼 때 교회의 미래는 밝다는 든든함」, 그리고 「수도자로 교회에 자신을 봉헌하고 살아온 경험들을 듣고 보면서 또 사제, 신학생, 교회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에서 오는 든든함, 세상 것에서 찾아볼 수 없는 맑음」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하느님께 향한 삶들이라는 생각에 보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되고 힘을 얻는 때가 많다. 그런 만큼 상대에게서 무언가 어려움이 느껴질 때는 안쓰러움도 크다. 특히 수녀들은 신학생들의 안색을 자주 살피게 된단다.
『학교 생활뿐 아니라 가족들에 대한 염려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름대로 도움 될만한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는 한 수녀는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좀 더 확고하게 하느님께 뿌리 내려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 작은 것이나마 나이 신분을 넘어 생각들을 아낌없이 주고 받을 때, 그래서 서로가 힘을 얻을 때는 보람 같은 것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이 갖는 소망이나 기대라면 학교를 졸업한 후 학교 밖에서 성직자, 수도자의 모습으로 만났을 때 학창시절 함께 나눴던 「성소」의 초심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리고 덧붙이는 한마디 『우리는 하느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주어진 삶 속에서 최선을 다할 때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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