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환 추기경
▲ 정진석 대주교
▲ 서옹 스님
▲ 박청수 교무
▲ 강원룡씨
▲ 한경직 목사
『요즘 자신을 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비운다는 것은 죽어도 안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죽은 후 15분이 지나 영혼이 떠나야만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비우는 것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늘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남을 위해 자기를 드러내는 것을 소망으로 삼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
세상이 혼탁하고 각박해질수록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참된 어른이 그리워진다. 특히 요즘 세상처럼 우두머리는 있어도 지도자는 없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를 올바로 이끌어 주고 우리 모두에게 존경받을 만한 지도자는 없는가.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을 만한 인물은 종교 지도자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그들이 바로 우리 사회를 굳건히 지켜온 정신적 지도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때로는 참된 삶을 살기 위해 치열하게 인생 문제를 고민했고, 때로는 역사의 굴곡 앞에 민중의 등불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명사들이 들려주는 가슴 찡한 삶의 이야기」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우리 사회를 이끌어온 정신적 지도자 17인의 삶과 가르침을 엮은 것이다.
청빈과 겸손, 정직으로 상징되는 여러 종교 지도자들 가운데 책의 첫머리를 장식한 주인공은 김수환 추기경. 「과거를 돌이켜볼 때 뉘우치고 통회해야 할 일이 많다」는 그는 늘 역사의 현장에 있으면서 우리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과 함께 해왔다.
김추기경은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나 성직자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그 이후의 행보, 신부가 되는 것보다 평범한 가장으로 살고 싶었다는 인간적인 고백, 「니체를 좋아했던 여인」으로 표현되는 첫 사랑에 대한 기억, 자유로운 삶에 대한 그리움과 소탈하고 겸손한 생활습관을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이밖에도 책에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선지식이라고 할 수 있는 서옹 스님(조계종 전 종정) 이 참사랑 운동을 펼치게 된 사연, 세계를 무대로 국경 없는 봉사활동을 베푸는 박청수 교무(원불교 청수나눔실천회 이사장)의 삶, 너그럽고 소탈한 인품으로 존경과 신뢰를 받으며 한국천주교회의 새 시대를 열어 가는 정진석 대주교(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의 각오, 청빈의 대명사였던 한경직 목사가 고아원과 양로원을 세우며 아름다운 생애를 보낸 이야기 등이 큰 울림처럼 담겼다.
저자 권오문씨(세계일보 논설위원)는 서문에서 『각 종단 최고 지도자들의 삶과 가르침을 통해, 참된 스승이 없다고 하는 우리 현실을 돌아보고 참된 인생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되새겨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