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전해오는 이러한 일화가 있습니다. 제나라의 어떤 사람이 시장에서 금을 매매하고 있는데 도적이 사람들의 눈도 의식하지 않고 무작정 남의 금을 집어넣고 가더라는 겁니다. 여러 사람이 모두 보는 앞에서 그랬으니 곧 붙잡혀 원님한테 재판을 받습니다. 『네가 황금이 탐이 나서 가져간 건 알만하다만 어찌하여 몰래 훔치지 않고 대낮에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훔쳐 가는가. 그런 미련한 놈이 어디 있느냐?』
이 사람이 대답이 걸작입니다. 『불견인(不見人) 도견금(徒見金)이로소이다』. 내 눈에는 사람은 하나도 안 보이고 금만 보였다는 뜻입니다.
사람마저도 돈으로 환산하고 계산하는 상업주의 시대에 돈 때문에 다른 부분에 장님이 되어가는 우리, 돈 때문에 사람을 보지 못하는 우리 시대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오늘 복음은 목자와 양의 비유의 일부분으로써 착한목자에 대한 우의적 해설입니다.
전반부에서는 착한 목자와 삯꾼이 비교 됩니다. 착한 목자는 자기 양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존재요(11절), 양과의 상호 인식을(14절) 하는 존재입니다. 여기서 「…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라는 표현은 목숨을 걸고 피보호자를 돌본다는 뜻입니다. 즉, 착한 목자는 양 중심의 삶을 사는 존재요, 양을 위해 자신의 가장 소중한 목숨까지도 내어놓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14절에 나오는 「안다」라는 말도 의미심장합니다. 언젠가 말씀 드렸지만 「안다」라는 말의 의미는 지적인 이해를 넘어서는 인격적인 만남과 체험이 동반되는 개념입니다. 착한 목자는 머리속의 관계와 지식을 넘어서는 대상과 인격적인 관계를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인 것입니다.
이러한 목자에 비해 삯꾼은 자기중심의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자신을 앞세우기에 양들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200주년 성서의 표현을 빌리자면 양에게 관심이 없기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양을 버릴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삯꾼입니다. 여기서 관심(마음을 본다)이라는 표현이 멋들어집니다만 양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기에 결국 남는 것은 자신의 마음, 자신의 이득과 특권을 우선하여 대상을 판단하는 존재가 삯꾼입니다.
물론 성서는 삯꾼이 누구다라고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지상적인 이익 때문에 사람들을 지도하는 사람들, 혹은 참된 소명도 없이 다른 이유로 교회의 자리를 점유하는 당시 이스라엘의 정치 종교 지도자들을 암시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 같습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백성이 조작할 수 있는 군중으로 남아 있는 한에서 백성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존재가 지도자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아울러 해보게 됩니다. 그러면 이러한 착한 목자와 삯꾼의 차이는 어디에서 유래할까요? 필자가 생각하는 일차적인 원인은 관심의 우선순위와 관점의 차이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자신의 사명을 우선하느냐 아니면 자신의 욕구를 우선하느냐, 돈과 이익을 우선하느냐 대상의 마음을 우선하느냐 하는 우선순위와 양이란 고기와 우유를 얻는 존재냐 아니면 키워야하고 보호해야하는 존재냐 하는 양에 대한 시각의 차이가 그 원인 같습니다.
예수님이 착한 목자일 수 있는 것도 자신의 사명과 양의 마음을 우선하였기 때문이요, 당시 종교 지도자들이 삯꾼으로 책망 받을 수밖에 없는 것도 자신을 앞세우고 욕구와 이득의 안경으로 양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삯꾼의 태도도 양에 대한 이야기로, 2000년 전의 이야기로만 머문다면 별 문제는 없겠습니다만 문제는 이러한 시각이 오늘날 전반적인 사회를 이끄는 지배이념이라는 사실입니다. 사람마저도 경제적인 가치로 판단하고, 이익의 잣대로 사람의 유, 무용성을 따지는 이러한 모습은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은연중에 신앙 공동체와 가장 신성한 가정 안에서 마저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슬픈 우리의 현실입니다.
어떻든 길게 이야기하였습니다만 오늘 복음의 결론은 이런 것 같습니다. 「사명의 관점」에서 나와 관계된 사람을 보자고. 「이익의 안경」을 버리자고. 계산적인 무엇으로만 주위의 타인을 판단하지 말자고.
오늘은 착한 목자를 따를 미래의 종교지도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성소주일입니다. 좀 더 많은 우리의 젊은이들이 착한 목자의 길에 나서도록 기도하면서, 아울러 우리와 우리 사회가 세상과 나와 관계된 타인을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 나가도록 합시다.
말씀 안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