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마음을 너무 가까이에 둘 때 생기는 결과는 허물과 상처이다. 가까이 있기에 더욱 치명적이 될 수도 있는….
계속 마음이 편치 않던 한 주였다. 지난주에 시편을 구체적으로 만나보는 순서를 마련하겠다고 예고해 놓고는, 도대체 어떻게 접근을 해야할 지, 시편 저자가 표현하고자 했던 하느님을 독자들에게 어떻게 보여드려야 할지, 좀처럼 대안이 떠올라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 이런 반성을 하게 되었다. 시편을 잘 소개해 보겠다는 욕심과 내가 너무 가까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객관적 거리를 두지 못하고 있었기에 이 자리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라는 생각 말이다. 결국 고민 끝에, 시편을 학술-주석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몇 가지 주제들을 통해 오늘 하루 이 순간의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는 접근이 시편을 공부하는 독자들에게 더 실제적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모으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제 몇 주간 동안 전개될 시편 직접 만나보기의 내용들은, 복잡한 주석보다는 그냥 쉬운 마음으로 시편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자리로 진행될 것이다. 다만 한가지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사항은 소개되는 시편을 반드시 읽어가면서 따라와 달라는 점이다. 성서 본문을 직접 읽는 것은 그 어떤 강의를 듣는 것 보다 훨씬 강하게 하느님을 만나게 하는 직접적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리글
시편 개론을 설명할 때, 머리글의 문제점에 대하여 언급한 적이 있다.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시편 8편도 머리글을 가지고 있는데, 「지휘자에게. 기띳에 맞추어. 다윗의 시」라고 되어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기띳」(시편 81, 84에도 등장)이라는 표현인데, 정확히 무엇을 언급하는지 우리로서는 알 수가 없다. 여러 가설들은 이 표현이 1) 악기의 이름, 2) 노래의 선율-가락, 3) 「가드」 지방과 연관된 노래 중의 하나일 것이라는 데에 의견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머리글에 함께 등장하는 「지휘자에게」라는 말을 통해 우리는, 이 시편이 「다윗의 시」였던 것을 노래로 만들어 성전 전례 중 불렀던 것임을 추정하게되고,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기띳에 맞추어」라는 표현은 일종의 노래 가락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간주할 수 있겠다.
하느님, 당신은 누구십니까?
다음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은 지난 번 지면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처음과 끝을 동일한 구문으로 반복함으로써 시편 작가가 전격적으로 부상시켜 놓은 구절이다. 『야훼, 우리의 주님, 온 땅에 당신의 이름, 이 얼마나 존엄하옵니까!』라는 구문 말이다. 이 구문의 주어는 「당신의 이름」으로, 결국 「하느님의 이름」이 시편 8편 전체의 주어가 됨을 제시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스라엘 문학 기법 안에서 「이름」은 단순한 호칭의 기능을 넘어서, 그 대상의 전-존재론적 가치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당신의 이름」이란 곧 「당신의 존재 자체」를 직접적으로 상징하는 것이고, 결국 저자는 하느님이 누구이신지에 대한 물음에 그 분은 「온 땅의 존엄하신 분」이라고 장엄하게 선포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어서, 그렇다면 인간은 누구인가?를 질문한다. 다음 주에 계속 이어질 내용이다.
우리말의 「아름답다」라는 말은 「앎답다」라는 말에서 파생되었다고 한다. 「하느님이 누구신지」라는 질문은 신앙 생활을 하면서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질문이다. 그 분을 진정으로 「알아갈 때」, 그분이 내게 누구신지 진솔하게 답 할 수 있게되고, 그럴 때 비로소 나 자신과 이웃에 대한 진정한 앎도 가능하게 되는 것 아닐까. 그러한 하느님 이해, 자기 이해는 때때로 다가오는 고통의 정체까지도 「알게 하여」, 고통마저도 「아름답게」 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하느님이 정말 나에게 어떤 분이신지, 자신에게 진솔하게 대답할 수 있는 한 주가 되었으면 한다…대답, 하실 수 있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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