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열어보는 이메일 함, 잡초더미처럼 스펨 메일들이 빼곡히 들어있다. 그러나 가뭄 속에 찾아든 한줄기 빗방울처럼, 마음을 달게 하는 메일들이 숨어있다. 따뜻함이 묻어나는 즐거운 소식들, 그리고 자녀들의 문제로 고통 하는 어머니들의 아픔이 살아 움직이면서 내 마음을 움직이곤 한다. 며칠 전에 온 메일 한 통을 소개하련다.
김 수녀님 보세요!
지난 주일엔 요한(중3)이 혼자 저녁미사 가다가 14층 아파트에서 투신한 피투성이 시신을 보게 되었는가 봐요. 외국에서 박사학위 받고 돌아온 31살 정도 되는 청년이지요. 일본에서 유학중인 여자친구와 결혼하겠다고 했는데, 부모님께서 반대를 심하게 하였나봅니다. 그런데 그 여자친구와 전화를 끝내고 나서 바로 자기 방으로 들어가더니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는 것입니다.
우리 요한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할머니가 청년의 엄마를 원망하며 「네가 죽였다」고 통곡하는 것을 고스란히 지켜 본 모양입니다. 처음으로 삶과 죽음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 같았습니다. 요한은 「누군가 고민을 들어 주고 걱정을 함께 나눌 친구가 있었으면 사고가 안 일어 났을텐데…」하며 혼잣말을 하더군요. 그런데 쉽게 정리하고 넘어갈 줄 알고 지켜보기만 했는데 우울함이 오래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동안 요한의 인생목표 1순위에 「돈」이 놓여 있었는데, 혹시 뒤로 보내는 계기가 되지나 않았을까 기대도 해 봅니다.
31세의 나이, 미국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은 엘리트 청년이 결혼반대라는 이유하나만으로 그렇게 목숨을 쉽게 내 던질 수 있었을까? 요한의 말대로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친구조차 없었을까? 아니면 고통을 나눌 줄도 모르고 살아온 것은 아닌가? 아니, 고통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지는 않았는가? 어찌 이 사건이 지금 이 순간만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 31년 동안 살아온 결과가 아닐까? 그렇다. 이 청년은 사회적으로 성공하였고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웠는지는 모른다. 그래서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였는지는 모른다. 어쩌면 오늘의 이 시대가 공범인지도 모른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게 하는 이 시대가 문제일지도 모른다. 이제야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좌절이 온 것이다. 그리고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아마도 요한은 어렴풋 무엇인가 깨달았을 것이다. 그래서 고민스럽고 우울했는지 모른다.
요한 어머니는 모든 젊은이들에게도 외치고 싶었던 것 같다. 「인생의 1순위에 「돈」을 올려놓고 위험한 줄타기를 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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