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례가 교회를 이루고 교회가 성찬례를 이루므로,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라는 신앙 고백을 성찬례의 신비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성찬례도 하나이며 보편되고 가장 거룩한 성사입니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성찬례가 지닌 사도 전래성을 숙고하여야 합니다. 성찬례는 그리스도께서 사도들에게 맡기셨고, 사도들과 그 후계자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전해 내려 왔습니다. 성찬례는 사도들의 신앙에 따라 거행되고 있습니다. 「직무 사제가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성찬의 희생 제사를 거행합니다」(교회 헌장, 10항). 교역자는 신자들이 사도들에게 거슬러 올라가는 주교직의 계승을 통하여 얻는 선물입니다. 성품성사를 통하여 새로운 사제를 만들고 그에게 성찬례를 봉헌할 권한을 주는 사람은 주교입니다. 직무 사제 외에는 어떠한 공동체에서도 성찬례를 거행할 수 없습니다. 성찬례가 교회 생활의 중심이며 정점이라면, 그것은 또한 사제 직무의 중심이며 정점입니다. 성찬례는 「성품성사의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존재 이유」입니다.
성찬례와 교회 친교
「친교의 교회론」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근본 사상입니다. 교회는 지상 순례 동안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또 신자들 간의 친교를 유지하고 증진하여야 합니다. 교회는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말씀과 성사들, 특히 성체성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교회는 성찬례를 통하여 끊임없이 생명을 얻고 자라납니다. 그러나 성찬례 거행이 친교의 출발점이 될 수는 없습니다. 성찬례 거행은 이미 존재하는 친교를 전제로 합니다. 「중죄를 지었다고 느끼는 사람이」 성체를 합당하게 받아 모시려면 「먼저 자기 죄를 고백하여야 한다」는 규율이 지금도 앞으로도 유효함을 재확인합니다.
성체성사와 고해성사는 매우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성찬례는 구원의 희생 제사를 보여 주고 성사적으로 영속화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회개의 필요성을 느끼게 합니다. 성찬례는 교회 안에서 이루는 친교의 지고한 성사적 표현으로서 외적인 친교의 유대 역시 손상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행되어야 합니다. 성찬례는 「영성 생활의 정점이며 모든 성사의 목표」이므로 성사들, 특히 세례성사와 사제 성품을 통한 친교의 유대가 실재할 것을 요구합니다. 성찬의 희생 제사는 언제나 하나의 개별 공동체 안에서 봉헌되긴 해도 결코 그 공동체 단독의 거행이 아님을 상기하여야 합니다. 성체성사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받아 모심으로써 실제로 공동체는 구원의 완전한 선물을 받는 것이며, 그 공동체는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의 참 모습으로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성찬례는 친교를 낳고 친교를 강화합니다.
▲ 성찬례 거행은 전례 규범을 충실히 준수하여야 한다.
성찬례 거행의 품위
예수님께서는 최후 만찬 때에 참으로 단순하고 「장엄하게」 이 위대한 성사를 제정하셨습니다. 교회는 수세기에 걸쳐 상이한 문화들과 만나면서 참으로 위대한 신비에 걸맞은 환경에서 성찬례를 거행하여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하였습니다. 그리스도교 전례는 예수님의 말씀과 행위를 따라 생겨났습니다. 성찬의 잔치는 참으로 「거룩한」 잔치입니다. 성찬의 신비에 대한 교회의 신앙은 내적 헌신의 자세뿐만 아니라 외적인 형식을 통해서도 표현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풍부한 예술적 유산도 발전되었습니다. 그리스도교의 신비로 고취된 건축, 조각, 회화, 음악 등은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성찬례를 위대한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습니다.
성찬례 거행은 전례 규범을 충실히 준수하여야 합니다. 이 규범들은 성찬례의 진정한 교회적 본질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전례 규범에 따라 미사를 충실하게 거행하는 사제들과 그 규범을 따르는 공동체는 교회에 대한 사랑을 말없이 그러나 웅변적으로 증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