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린 시절 한번쯤 읽어보았을 안데르센의 동화 중 「미운 오리 새끼」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동화의 주인공 미운 오리 새끼는 원래 백조였지만 우연히 오리들 틈에 끼여 살게 됩니다. 문제는 백조와 오리는 다른 점이 많다는 점이고, 이 백조는 자신이 오리라고 착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오리들은 백조를 놀립니다. 「저건 바보다. 날개 짓도 다르다. 부리도 못생겼다」. 쪼고 왕따를 시킵니다. 결국 백조는 자신감을 잃고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면서 하루하루를 고민 속에 삽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고민 속에 빠져 호수에 떠 있는데 아이들이 오더니 소리를 칩니다. 『야 저기 저 아름다운 백조를 봐라!』
이때 비로소 이 미운 오리새끼는 자신이 천덕꾸러기 오리새끼가 아니라 아름다운 백조라는 자신의 근본을 깨닫게 되고, 이 앎을 통해 자신감을 갖고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잘못된 주위의 편견」, 그리고 「자신에 대한 잘못된 앎」이 얼마나 인간을 병들게 하는지,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가를 아는 것이 한 인간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 이야기는 보여줍니다.
오늘 복음은 너무나 유명한 포도나무의 비유입니다. 포도나무는 그 당시 무화과나무와 더불어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식물들 가운데 하나로써 자연히 민족들과 사람들 사이에서도 가장 큰 특권이 주어지는 민족이나 사람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쓰여 지게 됩니다. 성서에서는 이스라엘을 포도나무로 종종 묘사합니다.
여기서 포도나무를 이스라엘로 이해한다면 이 비유의 목적은 먼저 예수님과 그의 제자들로 이루어질 이스라엘을 대치할 새로운 하느님 백성이 어떤 공동체가 되어야 하는가 그 방향성을 보여주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사야서 5, 1 이하의 내용을 참조하면 도움이 됩니다. 이사야서 5, 1~7절을 보면 하느님은 약속의 땅에 포도나무를 심으시고 「공평과 정의」라는 「포도열매」를 기대합니다만 포도나무인 이스라엘은 「유혈과 아우성」이라는 「들포도」를 생산하였다고 질책합니다.
이 말씀을 받아들인다면 참 포도나무이신 예수님과 그 가지들인 그분의 제자들이 이룰 공동체가 가야할 방향은 분명해 집니다. 「유혈과 아우성」이 없는 사회, 「정의와 공정」이 열매 맺는 대안사회가 바로 우리 신앙공동체가 가야할 방향입니다. 그러나 오늘 포도나무의 비유를 보면서 정말 묵상하고 가슴에 새기고 싶은 말씀은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라는 예수님의 자기계시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그리스도인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무와 가지와의 관계가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인연인 것처럼, 예수님과 신앙인들의 관계도 그러하다는 것입니다. 가지가 나무에 붙어있을 때 존재의미를 가질 수 있고, 제 가치와 역할을 다 할 수 있듯이 신앙인에게 있어 예수님은 바로 자신의 존재의미요, 자신의 가치와 역할을 할 수 있는 근본토대라는 사실입니다.
얼만 전에 읽은 책에 이러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현대는 그 어느 시대보다 더 많은 음료를 마시면서도 더 큰 갈증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유는 생수가 아닌 알코올이나 카페인 당분 등이 들어 있는 음료를 섭취하기 때문이랍니다. 물론 그러한 음료들은 인간의 미각을 자극하면서 생수가 줄 수 없는 멋진 맛을 주지만 문제는 이러한 음료 자체가 또 다른 갈증을 가져오기에 갈증은 더욱 심해진다는 것입니다. 갈증의 해소를 위해서는 맛없지만 갈증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생수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오늘 복음의 말씀과 연결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인간은 일과 사랑, 그리고 물질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자신의 존재의미와 자신의 가치를 확인받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일들과 사랑, 그리고 물질적 풍요는 어느 한 순간 나의 존재를 의미 있게 하기도 합니다만 여전히 뭔가 모르는 갈증은 가시지 않습니다. 아마 그 이유가 나무와 가지와의 관계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나무에서만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인간이 나무이신 예수님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자신의 의미와 가치를 찾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지면 상 줄입니다만 예수님이 우리의 근본토대요 우리 신앙인의 존재 의미는 예수님 안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사실만은 꼭 기억해야 할 진리가 아닐까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생각해 봅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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