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크게 떠고 똑바로 바라보면서 외치는 말, 『종교는 뻥~이에요!』
놀란 가슴 두들기며 침착하게 그리고 마음을 열고 가만히 듣고 있으려니, 성미(초등 5학년)의 목소리는 더욱 더 날카롭게 치솟고 있다. 『그렇지 않아요? 하느님이 어디 계세요? 예수님, 흠…그렇지. 예수님은 계신지는 모르겠다. 역사적인 인물이니깐. 그렇지만, 하느님은 없어요! 정말이라고요!』하며 흥분하는 듯 하더니, 나의 눈치를 보면서 뒤 끝을 흐린다. 종교는 뻥이라고?
평소에 말이 없던 선희(6학년)의 반란, 『솔직히 종교는 필요 없어요. 왜냐하면 종교 없어도 잘 먹구 잘 살 수 있기 때문이지요. 종교가 뭐가 필요한가요? 기독교, 불교, 유교 등도 다 ~ 거짓말 일 수도 있지요. 종교는 필요 없다고요. 종교 믿으면 돈만 들어요. 시간낭비에다가…현명한 선택을 지금이라도 해야겠어요!』 눈 하나 깜빡 하지 않고 줄줄 잘도 이야기한다. 종교는 시간낭비에다가 돈까지 든다고?
잘난척 하는 태진(6학년)이의 설교, 『종교가 생기게 된 이유는 정치를 할 때 쉽게 통솔하기 위해서지요. 그리고 종교는 사람들이 죽어서도 구원받고 싶고 흔히 말하는 천국에 가고 싶어서 만들어낸 거지요! 나는 오히려 불교, 힌두교가 좋은 종교라고 생각해요. 기독교 유다교 이슬람교는 신에게 구원해 달라고 하지만 불교와 힌두교는 자기 자신을 고행 해가며 깨닫기 때문이지요!』. 제법 그럴듯하게 외친다. 기독교는 빌기만 하고 고행도 깨달음도 없는 종교인가?
아직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초등학생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말없이 성당에 잘 나가는 아이들이 「종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억눌려 있던 그 무엇인가가 터져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고 당황하거나 놀라지는 말자. 그러나, 잠시 눈을 감고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는 있겠다. 아이들의 종교에 대한 거부는 곧 부모와 어른들 세계에 대한 거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에게 있어서의 종교는 「어른」들에 의하여 비추어지고 체험되어지는 것이다. 주입식 교리교육이나 준비된 신앙교육에서 종교의 참 의미가 체득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외롭다. 그래서 어른들이 매달리는 종교를 거부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의무를 강요하는 어른들의 차가운 눈빛, 아이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어른들의 냉냉한 가슴, 그래서 어른들이 절절매고 찾고 있는 종교를 매몰차게 버리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참 종교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주는 것은 아이들을 향한 어른들의 사랑스런 「눈빛」과 포근한 「가슴」뿐이다. 들어주고 보듬고 안아주는 따스한 「고향」은 바로 부모인 당신, 어른인 우리의 눈빛과 가슴에 있다. 우리의 존재가 「고향」이 되어줄 때, 아이들의 거센 반란과 거부는 「희망」으로 옮겨주는 힘찬 에너지로 성장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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