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빤 오세암을 완성한 뒤 제일 먼저 저에게 낭독을 시키셨어요. 그런데 한참을 읽다보니 아빠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거예요. 엄마 찾아 헤매던 주인공 길손이의 모습, 그건 바로 아빠였으니까요. 눈이 참 맑고, 웃는 모습이 어린아이 같았던 아빠는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동심만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고 늘 강조하셨죠』
한 평생 동심을 간직하며 살았던 이 시대의 진정한 「아름다운 사람」 고 정채봉(프란치스코.1946∼2001). 해맑은 그의 글들은 세파에 찌든 우리 모두에게 한 잔의 청량음료와 같았다.
아름답고 순수한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던 그는 2년 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여기 아버지가 평생 일군 동심의 길을 지키기 위해 그 길을 따라 걷고 있는 그의 딸이 있다.
동화작가 정리태(로사.26)씨. 고인이 생전에 「내 동화에 등장하는 말썽쟁이 주인공은 모두 리태」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바로 그 딸이다.
「아빠가 단 하루만이라도 휴가를 나온다면 아빠가 할머니 치마폭에 안겨 슬픔을 털어놓았듯이 나도 아빠 품에 안겨서 펑펑 울 것만 같다」던 리태씨가 최근 애니메이션 영화로 제작돼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는 정채봉씨의 「오세암」을 애니동화 「영화처럼 아름다운 동화-오세암」(샘터사/142쪽/8000원)으로 새롭게 각색했다.
함께 수록된 만화 그림들이 책의 느낌을 더욱 살려주는 이 책은 애니메이션에 맞춰 다시 꾸민 동화다.
『오세암이 개봉하기 전 시사회장에 갔었어요. 관람객 대부분은 주인공인 다섯 살 꼬마 길손이가 불쌍해 눈물을 훔치는데, 영화 내내 아빠의 체취가 느껴지는 것 같아 자랑스럽고 뿌듯했죠.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원작 정채봉」이란 자막이 올라오자 제 눈앞도 뿌옇게 흐려지더라고요. 아빠도 당신이 스무살에 보내신 엄마(리태씨의 할머니)를 많이 그리워하셨는데…』
아버지의 품을 벗어나 이제 홀로서기 연습중이라는 리태씨. 지난 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굴뚝에서 나온 무지개」로 등단한 그는 아버지가 일하던 샘터사에 입사해 현재 「월간 샘터」 기자와 작가로 활동중이다.
「오세암」은 설악산 오세암(五歲庵)의 꼬마보살 설화를 토대로 순진 무구한 꼬마 「길손이」가 앞 못보는 누나 「감이」, 삽살개 「바람이」와 함께 엄마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그리고 있는 이야기. 정채봉씨의 맑은 동심이 살아 숨쉬는 대표적인 동화다.
한편 이번 작품에는 『정채봉의 소년처럼 순하고 맑은 눈동자가 흙이 되어버렸지만, 오히려 「오세암」이 더욱 널리 읽히는 걸 보고 그의 눈동자는 수많은 동심 안에 영원히 살아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소설가 박완서(정혜 엘리사벳.72)씨의 글과 『다섯 살 동승의 때묻지 않은 그 천진한 마음과 오세암의 내력을 세상에 널리 전해준 정채봉의 따뜻하고 선량한 눈이 그립다』는 법정 스님의 글이 보태져 책을 더욱 애틋하게 만들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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