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20세기에 활동한 문학사가」라 부르는 문학평론가 김윤식(토마스.67.서울대 명예교수 겸 명지대 석좌교수)씨의 학술 기행집.
그 동안 펴낸 100여권의 저서와 끊임없는 현장 비평들이 공식적 결과물이라면, 이번 저술서는 저자의 내면 고백에 가깝다.
책의 제목 「아득한 회색, 선연한 초록」은 괴테의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회색의 이론과 초록의 황금나무」 비유에서 나온 것. 그는 아득한 회색의 이론과 초록의 환각 틈새에서 끊임없이 회의해온 것이 바로 자신의 지난날들이었다고 조심스럽게 고백한다.
이 책은 「기행」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아름다운 풍경이나 여정만 수록된 것은 아니다.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떠올린 문학적 단상과 사유를 통해, 지은이 자신의 정신세계를 탐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라는 도시에서 이광수의 「무정」의 주인공들과 카프(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 동맹.KAPF) 문학의 근원을 생각하고, 베트남 호치민 시에서는 감각과 관념 사이에 끼어 실패한 경험을 반추하는 식이다.
〈김윤식/문학동네/357쪽/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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