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께서는 우리를 이 지극히 거룩한 성사로 인도하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성모님께서는 『빵을 나누어 먹는 일에 전념한』(사도 2, 42) 초대 그리스도인들의 성찬 거행에 분명히 함께 계셨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온 생애를 통하여 「성체의 여인」이십니다. 성모님을 모범으로 바라보는 교회는 이 지극히 거룩한 신비와 이루는 관계에서도 그분을 본받기를 요구합니다. 신앙의 신비여! 성찬례가 하느님의 말씀에 완전히 내어 맡겨야 하는 우리의 인식을 뛰어넘는 신앙의 신비라면, 그러한 마음을 갖도록 우리를 도와 주시고 인도하실 수 있는 분은 성모님 외에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성모님께서는 동정이신 당신의 태를 하느님 말씀의 강생을 위하여 바치심으로써 성체성사 제정 이전에 이미 성체 신앙을 실천하셨습니다. 강생의 신비를 통하여 성체 신앙을 선취하셨습니다. 성모님께서는 해골산에 이르기까지 평생 예수님 곁에서 성찬의 희생 제사를 당신의 것으로 삼으셨습니다.
교회는 성찬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그분의 희생에 완전히 결합되며, 성모님의 정신을 본받습니다. 이는 성찬례의 열쇠로써 성모의 노래(Magnificat)를 다시 부를 때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빵과 포도주라는 성사적 표지의 「가난」 속에 우리에게 다시 오실 때마다, 『권세 있는 자를 자리에서 내치시고 미천한 이를 끌어올리신』(루가 1, 52 참조) 새로운 역사의 씨앗이 세상에 뿌려집니다. 성모님께서는 성찬례 안에서 선취된 「새 하늘」과 「새 땅」을 노래하십니다. 성체는 우리 삶이 성모님의 삶처럼 완전한 감사의 노래가 되도록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결론
동정 마리아께 나신 주님, 하례하나이다! 여기에 교회의 보배, 세상의 심장이 있으며, 모든 사람이 자기도 모르게 동경하는 성취의 약속이 있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탁월하고 놀라운 신비이며, 우리 정신의 능력을 초월하는 신비입니다. 보고 만지는 것으로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분을 아는 데에는 사도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전달된 그리스도의 말씀에 뿌리박은 신앙만으로 충분합니다. 성덕에 대한 모든 투신, 교회 사명을 수행하는 모든 활동, 모든 사목 계획에 필요한 힘은 성체 신비 안에서 이끌어내야 하며, 또한 그 절정인 성체의 신비를 지향하여야 합니다. 우리는 성체성사 안에서 예수님과 그분의 구원 희생, 그분의 부활과 성령의 은사,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흠숭과 순명과 사랑을 깨닫습니다. 성체의 신비가 빛의 신비로 드러나는 지극히 거룩하신 성모님께 귀를 기울이도록 합시다. 성모님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성체 안에 현존하는 변화의 힘을 알게 됩니다. 성모님 안에서 우리는 사랑으로 새로워진 세상을 봅니다. 육신과 영혼이 하늘에 들어올림을 받으신 성모님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 나타날 「새 하늘」과 「새 땅」이 우리 앞에 열려있음을 봅니다. 이 지상에서 성체성사는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한 약속이며, 「새 하늘」과 「새 땅」의 선취입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