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아닌데…. 오히려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서울 화양동본당 성전건립기금으로 1000만원을 내놓은 지돌순(젬마.84) 할머니의 첫 마디에는 오랜 세월의 무게가 녹아있는 듯했다. 더구나 이렇게 말하는 그가 65세 이상의 국민기초생활수급대상 무의탁.홀몸 노인들을 위한 무료 요양시설인 서울 「신내노인요양원」에 몸을 의탁하고 있는 터여서 삶의 무게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았다.
지할머니가 내놓은 기금은 56살 되던 해 남편과 사별한 후 28년을 홀로 사글세방을 전전하면서 파출부를 비롯해 동사무소 취로사업, 폐품수집 등을 통해 어렵게 모아온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것이어서 「가난한 과부의 동전 한닢」을 떠올리게 했다.
『몸이 성하기만 하다면 다른 이들에게 좀더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은데…』
지팡이에 의지하다 이제는 그도 힘들어 보행보조기를 이용해야 근근히 움직일 수 있는 처지가 된 할머니는 그런 가운데서도 묵주기도로 이웃을 향한 마음을 놓지 않고 있었다.
『이제 걱정이 하나도 없어요. 성당이 잘 지어지길 기도드릴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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