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고맙습니다』
『학창시절 용기와 희망을 주신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작은 축제를 마련했을 뿐입니다』
5월 12일 저녁 서울 세종호텔. 스승의 날을 앞두고 이곳에서는 30대 중반의 늙은(?) 학생들이 마련한 깜짝 학예회가 펼쳐졌다. 무대 중앙에 자리를 잡은 이날의 주인공 김인옥 수녀(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서울 계성여고 교사)는 학생들이 마련한 깜짝 스승의 날 선물에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행사는 1983년 당시 서울 봉천동 관악중학교 2학년 5반 담임이었던 김교사의 제자 20여명이 「선생님과의 만남 20주년」을 맞아, 자신들이 중학교 때 했던 「재롱 잔치」를 다시 열어 김교사에게 선물하기로 뜻을 모으면서 성사된 것. 1987년 수도자의 길을 선택한 김교사에게 「물질적 선물」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날 20여명의 남녀 제자들은 80년대 당시 유행했던 팝송과 가요를 합창하고, 피아노 연주와 밴드 공연을 선사했다. 바빠서 행사에 참석치 못한 제자들의 동영상 편지가 상영되고, 외국에 나와 있는 제자들과 국제전화 하는 이벤트도 마련됐다. 조촐한 식사와 환담 속에서 사제간의 정과 사랑을 듬뿍 나눴다.
20년이 지나도록 제자들이 김수녀를 잊지 못하는 것은 김수녀가 학생들에게 보여준 지극한 정성과 사랑 때문. 축구에 정신이 팔려 늦게까지 귀가하지 않던 짖궂은 남학생들이 「안아주시면 집에 갈게요」라고 하자 흙투성이 제자들을 모두 한번씩 안아준 「사랑의 포옹」은 유명한 일화다.
공연 후 제자들은 『우리에게 보여주신 선생님의 지극한 애정과 사랑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학창시절의 추억으로 자리잡았다』면서 『선생님은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인옥 수녀는 『돌이켜보면 학생들에게 해 준 것이 별로 없는데도, 오히려 20년 동안 잊지 않고 넘치는 사랑을 베풀어 준 학생들에게 큰 고마움을 전한다』며 『제자들 모두 학창 시절에서 기쁘거나 슬펐던 일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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