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우리 곁에 있지만 제대로 알지 못해 멀게만 느껴지던 자연의 생명 공간…. 바로 「숲」이다. 그 곳에서 숨 한번만 맑게 쉬면 꼭 살아날 것 같은데,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막상 찾아가기엔 그리 쉽지 않은 것도 현실. 그래서 동갑내기 「숲박사」 부부 서민환(마르코.41.서울대교구 화정동본당).이유미(마리스텔라.41)씨가 펴낸 「우린 숲으로 간다」(현암사/312쪽/1만2000원)는 휴가철을 앞둔 최근 더욱 각별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서울대에서 각각 산림생태학과 식물분류학을 전공한 부부는 숲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숲의 안내자 역할을 자처했다. 그러나 이 책이 단순한 설명식이나 학문적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글들이라는 예상은 큰 오산이다.
책에는 숲을 끔찍이도 사랑하는 부부가 우리나라 각지의 산을 찾아가서 직접 확인한, 숲과 숲 속 식구들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자연의 모습이 자세하게 담겨있기 때문이다. 글은 꾸밈새없이 차분하고 사진도 편안해 읽다보면 마음과 눈이 모두 시원해진다.
「산림학자 부부의 아름다운 우리 숲 답사기」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책에는 사계절 아름다운 광릉 숲, 늘 푸른 섬 목도의 후박나무 숲, 울릉도 태하령의 솔송나무와 섬잣나무 숲, 설악산 대청봉의 눈잣나무 숲, 남산의 소나무와 신갈나무 숲 등 전국 각지의 13군데 숲이 한 폭의 풍경화처럼 펼쳐져 있다.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고 다양한 식물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숲들이다.
생생한 사진과 함께 실린 숲 속 식구들의 모습은 더욱 읽는 이의 눈길을 끈다. 레이스로 뜬 그물 같은 갓을 둘러쓰고 피는 망태버섯, 검푸른 색의 날개를 가진 산제비나비, 울릉도 바닷가에 자라는 두메부추 군락,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무 돌매화 등 숲에서 서식하는 식물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정겨운 풀꽃과 나무 향기를, 그리고 장수하늘소의 찬란한 빛깔과 크낙새의 청정한 울음소리도 만날 수 있다.
책은 또 숲을 소개하는 각 장마다 찾아가는 길 안내와 연락처, 지도를 함께 실어 실용정보서가 되도록 꾸몄다. 한눈에 들어오는 지도에는 도로 번호나 배를 탈 수 있는 곳 등의 길 안내 뿐 아니라 「뒤돌아보면 경치가 아름다운 지점」 등 숲 산책에서 빠뜨릴 수 없는 풍광 조망 지점과 식물들의 자생 군락까지 꼼꼼히 표시했다.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산림자원학과 81학번 동기인 저자 서민환.이유미 부부는 현재 국립환경연구원 연구관과 국립수목원 연구관으로 각각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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