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없는 비전은 백일몽이고, 비전 없는 행동은 악몽이다」라는 일본 속담이 있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는 대통령까지도 못해 먹겠다 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혼란을 겪고 있는 이유도 이 비전과 행동 간의 불일치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공감할 분명한 비전이 제시되지 않고 최종 목표와 중간 목표 간에 아무런 연관성을 가지지 못한 「필요와 상황에 따른 지도자들의 행동」이 혼란의 원인입니다. 이 혼란을 타개하는 것은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자들이 현실에 바탕을 둔 분명한 비전을 가지고 예측 가능한 모습을 보여주는 일 외에는 그 길이 없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종교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지난 한 주간 사이비 종교 때문에 일어난 두 가지 사건을 접하게 됩니다. 생명수 문제와 기 치료문제가 그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물과 기로 병을 고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거기에 「돈」이 개입된다는 것이요, 더욱더 나쁜 것은 사람들에게 비현실적인 목표를 가지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물론 종교는 현실과 이성을 초월하는 무엇이기에 초현실적인 사실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초현실적인 무엇을 이야기하지만 「현실적인 무엇으로 증거 된」 초현실적인 이상을 제시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차이는 중간 매개체를 절대화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치유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치유한 사람이나 방법 그리고 장소 자체를 절대화하지 않고 다만 그것을 초월자의 은총의 도구로 생각하는 반면 사이비 종교는 치유자와 그 방법, 그리고 장소 자체를 절대화하고 우상화하는 미신입니다.
인간이 이러한 사이비 종교에 빠져들게 되는 원인은 많지만 그중의 하나가 잘못된 갈망 때문입니다. 심리적으로 보면 인간은 항상 더 큰 갈망을 호소하면서 살아가는 존재라 합니다. 자기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여전히 그 이상의 어떤 것, 보다 깊은 성취감을 안겨 줄 수 있는 어떤 것에 대한 갈망을 가지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이 갈망은 자주 어려운 것보다는 쉽고 편한 것, 그리고 땀과 수고보다는 거저 얻는 것, 그리고 현실적인 것보다는 환상적인 것에 쉽게 연결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이비 종교는 바로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여 땀과 수고 없이 돈으로 살 수 있는 비현실적인 환상을 제시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나의 갈망이 진정한 가치와 연결되어 있고, 이 갈망을 추구하는 방법이 현실적인 것인지 항상 조심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주님 승천 대축일로서 복음은 마르코 복음의 대미를 장식하는 부분입니다. 마르코 복음은 승천을 『승천하셔서 하느님 오른편에 앉으셨다』고 간단히 서술합니다. 당시 이스라엘의 사고로는 하느님이 계신 곳은 하늘이요, 인간이 사는 곳은 땅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기에 승천의 일차적인 의미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심입니다. 그리고 오른편이란 표현은 「가장 가까이 계시다」 혹은 「하느님의 통치권에 참여 한다」란 의미를 가지는 말입니다. 그러기에 『승천하셔서 오른편에 앉으셨다』란 표현은 『하느님과 함께 한다』란 의미인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승천이 인간의 목표를 가장 확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점입니다. 즉, 인간이 추구해야할 삶의 목표는 하느님께 가는 것이요,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 다시 말해 구원이 최종 목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실이 바로 복음입니다(20절).
물론 이 소리는 때로는 뜬구름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복음이 허상이 아닐 수 있었던 것은 기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여러 가지 기적을 행하심으로 그들이 전한 복음이 참되다는 것을 증명해 주셨기에(20절) 복음은 살아있는 현실적인 이상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사실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중요합니다. 혹자는 이야기합니다. 초대교회는 기적으로, 중세는 학문으로, 현대는 삶으로 말씀의 옳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현대의 신앙생활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들고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만 분명한 사실은 오늘의 교회와 신앙인들이 말씀의 선포뿐 아니라 말씀을 받아들여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의 기쁨을 보여주어야 하는 이중의 사명을 가진다는 것이고, 이 사명을 수행할 때 비로소 우리가 제시하는 복음은 타종교와 비교되는 살아있는 현실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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