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130. 깊은 내면의 목소리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부드러운 말 한마디나 예쁜 미소라는 누군가의 말에, 열을 올려가며 연습을 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부드러운 목소리와 미소를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아름다움이 그저 사교적인 방편으로 이용되는 한, 절대로 타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 역시 괴롭게 깨달아야했다. 다소 정치적이라는 비난과 함께, 나를 피곤하게만 하던 그 노력을 접었으니 말이다. 진정 사람과 사람을 소통시키게 하는 것은 「나의 깊은 내면」과 「너의 깊은 내면」끼리의 조우라는 생각을 요즘은 하게된다. 하느님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그분과의 진정한 소통은 나의 깊은 내면에서 나오는 본연의 목소리가 아니라면, 그리고 정직하고 가난한 손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불가능한 것인 듯하다. 시편 130편은 인간의 깊은 내면에까지 내려간 기도자가 자신의 절절한 탄원을 진심어린 목소리로 들려준다. 이번 주에는 전반부에 해당되는 내용을 살펴보기로 하자.
구조
성서 본문을 확인해 주면서 따라와 주었으면 한다. 전반부에 해당되는 1~4절은 『오 야훼여』라는 호칭과 『주님』이라는 호칭이 서로 「교차적으로 배열」(chiasmo: A-B-A-B)되어 있음을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나름대로의 체계성과 일관성이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A: 오 야훼여(1절) - B: 주님(2절) - A: 오 야훼여(3a절) - B: 주님(3b절)
내용
- 『올라감을 위한 노래』
시편 130편의 머리글은 『올라감을 위한 노래』라고 되어있다. 이러한 머리글은 시편 전체 안에 모두 15개 등장하는데, 120~134편까지에 해당되는 일련의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는 아직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어 여러 가설들이 존재하고 있고 이를 종합하자면 1) 점층적으로 상승하는 문학적 구조를 지칭하거나 2) 지형적으로 높은 곳에 위치한 예루살렘에로의 순례적 오름을 지칭하거나 3) 근심에서 기쁨으로의 오름이라는 영성적 오름을 지칭한다는 내용으로 수렴될 수 있다.
- 『깊은 곳에서부터 당신께 부르짖나이다,』
히브리어로 「깊은 곳」(마아마킴)은 더 이상 내려갈 수 없을 정도의 심연을 의미한다. 특별히 『깊은』이라는 형용사 「아메크」는 아주 깊은 고통을 표현하기도 한다. 구약성서에서는 「지옥」에 대한 개념이 정확히 부각되어 있지 않는 대신, 죽음의 지하 세계를 의미하는 「쉐올」이 등장하는데, 「쉐올」의 특징 중 특별히 필자가 주목하고자 하는 점은 그 곳의 고통이 무엇보다 하느님이 계시지 않다는 점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이다. 결국 구약 성서적 관점에서 볼 때 「신의 부재」는 인간에게 가장 견디기 어려운 고통의 조건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이다. 시편 130편의 기도자는 바로 그런 암흑, 고통의 상황에서 하느님께 손을 뻗으며 귀를 기울여 주실 것을 탄원한다. 일반적으로 「죽음」이 가장 큰 고통인 이유는 약간의 희망조차도 단절되어 있다는 데서 기인한다고 한다. 시편 130은 그러한 희망의 단절 속에서도 강하게 희망을 호소하는 역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내면의 이러한 깊은 탄원은 하느님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그분의 귀까지 도달하게 된다(2절). 깊은 탄원의 목소리가 하느님과의 진정한 만남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내가 찾고 있는 것, 내가 추구하는 모든 것은 사실 다른 곳이 아니라 나의 내면 안에서만 발견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깊은 곳에서만이 진정한 자아와 그 자아를 지켜보시는 하느님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랑하던 사람의 부재를 견딜 수 없어하는 것은 사실 그가 부재하기 때문이 아니라, 나의 심연에서 그를 만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는지…. 하느님의 부재를 견딜 재간이 없어 괴로워하는 시편 130편 기도자의 고통은, 바로 그 분을 진심으로 만나게 하는 축복의 장소였음을 기억하는 한 주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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