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의 남학생(4학년)들이 바퀴달린 신발을 죽 ~ 벗어놓고 이리저리 살피면서 소리를 높여 요란스럽게 떠들고 있었다. 『내 신발이 네 것보다 8,000원 더 비싼 거야!』 『정말? 어디 봐봐!』 『정말이야, 우리엄마가 그러는데, 네 것보다 더 비싸고 그리고 정진이 것은 가짜래! (정진의 신발을 들어 보이면서) 봐~라! 우리 신발에는 「힐리스」마크가 있는데, 애 것은 없잖아!』 『맞다. 맞아! 이것은 달릴 때 잘 나가지도 않는다고 하더라!』 정진은 고개를 떨구고 힘없이 신발만을 만지작거린다. 이를 어쩌나? 어떻게 정진이의 구겨진 자존심을 돌이켜 줄 수 있을까? 마음이 저려온다.
더좋은 신발
성흠은 「다른 아이들 신발보다 더 좋은 신발」이라면서 비싼 신발을 사준 자신의 엄마가 다른 엄마보다 훌륭하고 자신을 더 사랑한다고 느꼈을까? 정진은 힐리스 마크가 없는 신발을 사준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셋은 늘상 같이 붙어 다니는 한동네 아이들이다. 한명이 바퀴달린 신발을 신으니 모두가 신어야 했던 이 아이들은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힐리스 모델명과 숫자를 들먹이며 서로의 신발을 비교한다.
『기다린지 15일째…』 『진짜 사람 돌아버리게 하네. 아직까지 물건이 안오네』 『ㅡㅡ^ 짜증나서 진짜. 전화도 안받고. 수욜날 온다던 힐리스는 올 생각은커녕…진짜 사람 끝까지 엿맥이네』 『절롸 혀랍오르네…』/「힐리스」 게시판
신발이 사랑표현?
아이들은 무엇을 이렇게 애타게 기다리는 것일까? 자유를 기다리는 것은 아닐까? 걷고 싶으면 걷고, 달리고 싶으면 달리고 그리고 멈추고 싶으면 멈추고 싶은 자유를 원하는 것이다. 사실상 아이들은 자기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그들은 늘 거대한 어른들의 시선아래 움직인다. 그래서 「힐리스」는 아이들에게 단순한 신발이 아니다. 자신을 즐겁고 자유롭게 해주는 레저류인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레저상품들이 자신의 존재를 빛나게 해 주고 있다고 믿는 것이고 「더 비싸다」는 것이 어머니의 사랑표현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존재 그 자체로서 자랑스럽고, 젊다는 이유하나만으로도 사랑받아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 자신에게 걸쳐진 옷과 신발로 사랑받아야 하는 이유를 찾는 현실이 마냥 슬프다.
정진처럼 「힐리스」마크가 없어 힘없이 앉아있을 아이들의 손을 꼭 잡아주며 이렇게 말하고싶다. 『애들아! 힐리스 타고 어디로 가려고? 힐리스가 너를 데려다 주는 것이 아니라, 네가 힐리스를 타고 가는 것이란다. 「너」가 가는 것이야!』 그러면 미소라도 지어 줄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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