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학교 학생회(회장=구동욱)는 5월 21~23일 개최된 학교축제에 그동안의 축제 방향에서 과감히 탈피해 「지역민과 함께 하는 신(新) 대학축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사랑의 장학금 전달, 불우이웃돕기, 장애인 및 노인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 등 지역민과 함께 하는 행사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대구가대 학생회는 축제 첫날인 21일 인근 재활원생과 노인 300여명을 초청해 식사대접과 함께 초상화 그리기, 물풍선놀이, 장기자랑 등 장애인과 노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 행사장에 캐릭터 인형으로 분장한 100여명의 자원봉사 도우미들이 행사 기간 내내 불편함이 없도록 이들과 함께 하기도.
▲ 대구가톨릭대 축제에 초대된 한 장애우가 학생들과 함께 학교 박물관을 견학하고 있다.
한편 대구가대 학생회는 19일부터 축제기간이 끝나는 23일까지 전 직원과 교수, 학생들의 많은 참여를 위해 각 단과대학 현관에 불우이웃을 위한 성금 모금함을 설치하기도.
축제를 기획한 구동욱(경영학과 3년)씨는 『이번 축제는 학생들의 작은 정성이지만 소외된 이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선사하는 어느 때보다 좋은 축제가 된 것 같아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전라남도 고흥군 녹동항에서 600m 배를 타고 들어가면 한센병 환자들의 정착마을이 있는 소록도가 나온다. 1940년대에는 6000명이 넘는 많은 환자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750여명만이 남아있다. 남은 환자들의 평균연령이 72세. 그 어느때보다 봉사자의 손길이 필요하다.
한창 대학교 축제기간인 5월 21일. 대구가톨릭대학 교리교육학과 학생 44명이 자원봉사를 하겠다며 대구에서 7시간 버스를 타고 소록도까지 왔다.
『매년 축제 때마다 먹고 놀고, 공연보고, 너무 식상했어요. 뭔가 뜻깊은 일을 해 보자는 제안에 오늘 이렇게 소록도 봉사활동을 오게 됐습니다』
교리교육학과 학생회장 이주연(사비나)씨의 얘기다.
첫날, 아직까지 한센병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을 위해 한센병과 자원봉사에 대한 강의로 긴장을 풀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면 손 한 번 잡아주라는 강사의 말에 학생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소록도로 쫓겨오다시피해 마을을 이루고 살아온 환자들의 애환과 상처 얘기를 들으며 학생들은 조금씩 한센병에 대한 두려움을 잊고 있었다.
본격적인 봉사활동은 다음날 아침부터 시작됐다. 소록도 7개의 마을 중 3개의 마을로 흩어져 봉사활동을 펼친 학생들은 방?화장실 청소, 이불빨래, 마늘캐기, 거름주기, 잡초뽑기 등을 하며 5월 햇살 아래서 구슬땀을 흘렸다.
처음 삽을 들고 마늘을 캐본다는 학생들. 삽질이 서툴러 땅을 파다 마늘을 깨는 일도 많았지만 노인들은 웃으며 자상하게 학생들에게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열심히 가꾼 마늘을 내다 팔지 않고 이웃과 나눠 먹는다는 이곳 노인들의 얘기에서 늘 내 것만 챙기던 자신들의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 교리교육학과 학생들이 소록도 마늘밭에서 마늘을 캐고 있다.
또 외로워하는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어 할머니, 할아버지와 친손자녀가 된 듯 이야기 꽃을 피웠다. 『할머니의 한많은 세월 얘기를 들으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같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얼굴 찌푸리지 않고 웃으면서 열심히 일하는 학생들에게 할아버지들은 『아들 있으면 며느리 삼았으면 좋겠다』고 용돈을 모아 사두었던 과자.음료수를 건넸다. 그리고 『또 언제 오느냐』며 짧은 만남의 시간을 아쉬워했다.
학생들은 『혼자왔으면 못했을 것』이라며 『내가 혼자 할 수 없는 것을 친구들이 같이 있으니까 할 수 있었다』고 함께 이 길을 걷고 있는 동료들을 자랑스러워했다.
개인주의가 만연해 가는 세상 속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그리스도를 닮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미래 평신도 신학자 교리교육학과 학생들. 3일이라는 짧은 봉사활동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르신들과 약속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방학 때, 축제 때 또 올게요. 그때까지 건강하게 계셔야 해요』 <최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