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차 홍보주일을 맞이했다. 아니, 「홍보」라는 일방적 선전의 의미보다 이제는 쌍방향의 의미까지 담고 있는 원래 용어인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불러야 한다. 다시 말해, 「커뮤니케이션 주일」에는 매년 교황께서 담화문을 발표하신다. 이번 교황 담화문은 예년과 달리 일반 신자들이 그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이 담화문은 1963년에 교황 요한 23세 복자가 반포한 회칙 「지상의 평화」에 비추어 본 진정한 평화에 이바지하는 커뮤니케이션 매체를 기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테러와 전쟁으로 인해 위험과 공포를 더 한층 느끼고 있다. 9?11테러,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 그리고 점점 확산되고 과격해져 가는 테러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만들어내는 국가 간의 경제, 문화적 불평등과 강대국들의 정치군사적 헤게모니 게임 등에 의한 결과이다. 국경을 초월하는 세계화가 심화되고 있지만, 민족국가의 이해관계가 강조되는 근대주의적 추세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과거의 강대국의 제국주의가 새로운 모습으로 되살아나면서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지상의 평화」가 40년 전에 반포되었을 당시, 근대화 과정에서 강대국이 약소국을 경제적, 기술적으로 착취하고 종속시키는 사태를 염두해 두었듯이,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도 그 회칙은 많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교황 담화문은 이 회칙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면서 진정한 평화의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평화로운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진리」 「정의」 「사랑」 「자유」라는 네 기둥이 존재해야 하며, 국가 간의 상호 이해 증진과 보급, 평화와 정의, 사회 안정을 얻기 위해서 매체를 공평하고 공명정대하게 사용할 것』(「지상의 평화」 37항 90항)을 촉구하는 내용이 강조되고 있다.
서방 미디어를 대표하며 세계 언론을 독점해온 미국 CNN은 얼마 전에 종료된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의 승리를 위해 얼마나 잘못된 정보를 유포했는가를 대항언론으로서 아랍권 미디어인 「알자지라」 방송에 의해 드러난 적이 있다. 아직도 국제뉴스에서는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심각한 양적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고, 사실상 선진국에 의해서 독점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그들에 의해 처리된 뉴스, 즉 그들이 여과하고 삭제하고 왜곡시킨 뉴스만을 제3세계에 전달함으로써 전지구적 미디어는 후진국 혹은 제3세계에 세계를 바라보는 자신들 방식을 부여하고 있다.
한국사회 안에서 언론매체는 안보 상업주의를 띤 보수성, 불공정 보도에 의한 편파성, 본질을 오도하거나 오보의 행태, 하이에나식이나 용두사미식의 물타기 보도라는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러한 원인으로는 언론사의 사적 소유 구조나 권력과의 유착이라는 배경이 깔려 있다.
매체가 오늘날 이 사회와 전세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그렇다면 그 매체를 움직이는 소유주나 매체 종사자들에 따라 매체의 영향력이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교황 담화문은 세계 평화를 위해 특별히 매체종사자들이 자신들의 소명인 보편적 공동선에 이바지하도록 촉구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김민수 신부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