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CNS】 봄철을 맞아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는 수많은 순례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이들 순례자들의 일부는 아예 성당 문을 들어서지도 못한다. 이유는 「정강이를 보인 죄(sin of shin)」 때문이다.
무릎에서 복사뼈까지의 앞쪽을 가리지 못하는 짧은 바지를 입은 사람은 성당에 들어서지 못하는 것이 오래도록 내려온 전통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조항은 여성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고 남자에게만 적용된다.
독일에서 온 잉고 브리젠스라는 한 순례자는 『놀랍고 당혹스러웠다』며 『아내와 나는 똑같은 복장이었는데도 아내는 성당에 들여보내고 나만 출입금지』라고 투덜대며 문 앞에서 아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 명의 남자들이 그저 반바지 입은 죄로 성당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세속적으로」 보이는 복장, 소매가 없는 블라우스, 미니 스커트, 배꼽티를 입은 야한 차림의 여성들은 자유자재로 성당을 드나든다.
바티칸의 여행 가이드들은 이런 난관에 봉착한 순례자들을 위해 일종의 편법을 소개한다. 즉 짧은 바지를 내릴 수는 없지만 양말을 다리 위로 길게 끌어올리도록 하는 것이다. 아일랜드 출신의 한 가이드는 이 방법이 『상당히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한 젊은 남자는 바지 혁대를 느슨하게 해서 발목 위로 올라왔던 바지 끝을 길게 늘어 뜨렸다. 물론 위에는 엄청나게 큰 티셔츠를 있는대로 아래로 잡아끌어 내려간 바지 허리를 감추었다.
바티칸 대성당을 관리하는 비토리오 란자니 주교는 이러한 흥미로운 규정에 대해서 정확하게 설명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고 있음을 강조했다. 란자니 주교는 『어떤 사람들은 불평을 하기도 하지만 경배의 장소를 갈 때 자기 몸이 너무 많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하나의 존경의 표시』라고 말했다.
지금도 바티칸 광장에서는 군데군데에 서서 입장이 제지된 반바지 남성들이 가방에서 긴 바지를 찾기 위해 뒤적거리는 모습이 눈에 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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