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복음을 전하여 구세주 그리스도를 세상 끝까지 알리기 위한 미증유의 좋은 기회를 제공받은 언론 종사자들이 그 무거운 짐을 지고 사명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교회는 이들에게 적절한 용기와 희망을 주어야 한다』(200주년 사목회의 「사회」 의안 중에서).
공동선 증진과 평화 건설
교회는 언론을 포함한 대중매체를 유익하게 이용함으로써 복음 선포에 적절하게 활용할 것을 권고해왔다. 특히 교회는 대중매체와 언론에 종사하는 신자들이 자신의 신앙적 확신과 복음, 교회의 가르침을 자신의 직업 활동에 적극적으로 반영함으로써 대중매체가 복음 선포의 장이 되어야 함을 강조해왔다.
오늘날 그 어떤 사회적인 도구보다도 강력하고 광범위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중매체에 종사하는 가톨릭 신자들은 현대의 우상 숭배, 즉 돈, 명예, 권력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고 하느님을 알리기 위한 노력에 힘써야 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가톨릭 신자 언론인들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인 요청을 받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교구 염수정 주교는 지난해 가톨릭언론인협회가 마련한 가톨릭언론인 신앙인학교에서 바로 이점을 크게 강조했다. 염주교는 신자 언론인들이 솔선수범해 매스컴을 통한 복음 선포 활동에 진력해나가자며 『가톨릭 언론인들은 매스 미디어를 선용해 공동선 증진과 평화로운 세계를 건설함으로써 인류 사회에 공헌해야 할 막중한 의무와 책임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많은 신자 언론인들은 신문, 방송 등 다양한 언론 매체에서의 직업 활동 속에서 자기의 신앙적 확신에 따라 행동하기 위해서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가톨릭 신자 언론인을 포함해 언론이 항상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던 것은 아니며 오늘날 역시 적지 않은 언론과 언론인들이 사회적 책임이나 윤리적 소명에 올바르게 부응하고 있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과거 민주화가 진전되지 못했던 군사독재정권 사회에서 언론은 권력과 유착해 자기의 존속을 꾀하고 더 나아가 그러한 시대적 상황을 자기 팽창과 사익을 위해 이용하기도 했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절정을 이뤘던 언론개혁의 사회적인 요구 역시 이러한 언론의 부정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행태에 바탕을 둔 것이었고 그러한 언론과 언론인들 중에는 복음적인 직업 활동을 소명으로 받은 가톨릭 신자들도 포함돼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언론이 권력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난 지금 언론과 언론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위험과 함정은 여전히 존재한다. 가톨릭언론인협회 최홍운 회장은 특별히 낙태, 안락사, 인간복제 등 첨단 의학과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새롭게 대두된 생명윤리 문제와 관련해 교회의 가르침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에 어긋나는 입장을 보도하는 경우가 있음을 지적했다.
▲ ▼ 가톨릭 신자 언론인들은 현재의 가장 중요한 복음 선포자들이다. 사진은 가톨릭언론인협의회 전국대회(위). 아래는 방송인 전국대회.
소명과 현실의 조화
한편 현대 사회의 대중매체가 지니고 있는 고도의 상업성은 언론 종사자들이 공동선이나 적절한 윤리적 원칙에 따라 직업 활동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큰 장애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또 현대 사회가 보여주는 다양성과 극도의 세속주의는 교회의 가르침에 바탕한 신앙적 확신을 매스컴 활동에 적용하는데 있어서 신자 언론인들이 한계를 느끼게까지 한다.
교회 밖의 언론 종사자들은 신앙인이면서 세속 매체의 종사자라는 이중적 신분을 갖고 있다. 신앙적 요청을 직업 활동에서 구현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에도 불구하고 막상 현실 속에서는 두 가지의 조화를 이끌어내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매체의 범람으로 고도의 상업적 경쟁을 해야 하는 언론 조직과 제도 안에서 가톨릭 언론인은 자신의 소신 만으로 직업 활동을 수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 업체에서 일하는 한 신자 언론인은 『워낙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교회의 윤리적 테두리 안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할 경우 대중의 주목을 받기가 어렵다』며 『선정성이나 폭력성이 사라지기 힘든 건 당연하다』고 말한다.
때로는 신자 언론인 자신이 언론과 대중매체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복잡한 사회 현상을 복음적으로 해석하는 것 자체가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직업적 특성상 주말에도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 등 정상적인 신앙 생활을 하기가 어려워 미온적인 신앙 생활을 하거나 냉담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교회의 사목적 배려
그러나 현대 사회와 문화가 주는 제한성에도 불구하고 가톨릭 신자 언론인들이 사회와 교회 안에서 해야 하는 소명과 책임은 결코 개인의 선택에 머물지 않는다. 언론 매체라는 사회적 공기를 어떻게 공동선을 위해 봉사하게 하느냐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은 가톨릭 언론인들의 신앙에 바탕을 둔 사명이다.
매스미디어 교령은 매스컴 종사자들이 『보도하고 자극함으로써 대중을 바른 길로 인도할 수도 있고 멸망의 길로 이끌 수도 있는 것이니 현대에 있어서 그들이 어떤 책임을 지고 또 얼마나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것인지는 극히 명백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교회 문헌들은 이러한 사명이 원활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가톨릭 언론과 대중매체 종사자들을 위한 각별한 사목적 배려가 필요함을 지적한다(「새로운 시대」, 29항 참조).
실제로 교회는 현대 사회에서 언론이 갖고 있는 중요성에 대해 더할 나위 없이 강조해왔지만 그 사목적 배려와 관심, 지원에 있어서는 미미한 실정이다.
언론과 대중매체가 복음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언론인들의 복음화가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것이며 따라서 이들을 복음화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과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특히 신자 언론인들의 자발적이고도 적극적인 자세로 운영되고 있는 가톨릭언론인협회 등 관련 단체와 기구들에 대해서 교회의 각별한 관심이 요청된다.
◆ 가톨릭언론인협회 최홍운 회장
“신자 언론인은 복음화의 일꾼”
▲ 가톨릭언론인협회 최홍운 회장.
지난 2000년부터 가톨릭언론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최홍운 대한매일신보사 수석 논설위원은 『신자 언론인은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을 사회 속에 뿌리내리게 하는 복음화의 일꾼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회장은 신자 언론인들 역시 자칫 교회 가르침에 어긋난 판단이나 결정을 내릴 경우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과거 권위주의 시대 언론탄압 등 피치 못할 이유로 교회 가르침에 어긋난 행동을 했던 언론인들도 있었지만, 현재 그런 일은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회장은 지금도 일부 영역에 있어서는 교회의 입장과는 다른 내용의 기사를 작성하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낙태나 안락사, 인간복제의 경우 교회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일인데도 사회분위기에 편승해 이를 용인하는 기사를 보도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잘못에 대해 『생명윤리문제에 대한 교회의 외침이 아직까지 사회 깊숙이 뿌리내리지 못한 데 연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회장이 이끄는 가톨릭언론인협회에는 시그니스 코리아, 신문출판인협회 회원 등 약 100여명의 회원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언론인이라는 특수 직종에 근무함에도 바쁜 시간을 쪼개어 신앙학교, 가톨릭포럼, 성지순례 등을 개최하며 협회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변변한 상근 사무실조차 없는 상황에서 협회를 이끌어가기 힘든 상황이므로 이 문제에 대한 보다 가시적인 교회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가톨릭신문과 같은 교회언론의 역할에 대해 최회장은 『독자 대부분이 신자라는 점을 막대한 책임감으로 생각하고 독자들의 신앙 생활을 살찌울 수 있는 내용을 보다 많이 보도해 줬으면 한다』면서 대표적인 예로 가톨릭신문의 기획시리즈 「교부들의 가르침」,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등을 꼽았다.
이에 더해 최회장은 『일반 언론에서는 보도의 한계를 갖는 생명윤리에 대한 교회 가르침, 신앙생활의 본보기를 보이는 평신도 이야기 등을 보도함으로써 종교 신문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