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편, 2부, 1장
제5단락 창조에 관한 창세기 기록
성서적 계시가 주어지기 훨씬 전부터 근동(近東)문화권에는 창조의 개념이 알려져 있었다. 이집트에는 아툼이 세상을 창조하는 이야기가 피라미드들의 벽면에 새겨져 있다. 메소포타미아 지방에는 수메르 전승들의 영향을 받은 아카디아 문헌들이 여러 가지 창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가리트에서는 최고신 「엘」이 「피조물들의 창조주」라 하였다.
이스라엘 백성이 아닌 살렘 왕 멜키세덱은 『하늘과 땅을 만드시고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이여, 아브람에게 복을 내리소서』(창세 14, 19)하면서 아브라함을 축복하였다.
성서에서 가장 오래된 창조 이야기는 창세기 2장 4~25절인데 솔로몬 시대(기원전 10세기)광야의 유목민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땅을 적시어 열매를 맺게 하시고, 진흙으로 사람을 만드시고, 사람의 갈빗대로 여자를 만드시고, 그들이 에덴 동산을 돌보게 하셨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 서술은 하느님의 완전한 자유와 전능으로 만물이 창조되었음을 보여 준다.
창세기 첫머리의 창조 설화(1, 1~2. 4)는 이스라엘 백성의 유배시대(기원전 6세기)사제들의 기록인데, 이 기록은 하느님의 전능과 피조물의 풍요로운 질서를 경탄하고 마침내 하느님의 모습을 따라 창조된 인간의 출현으로 절정에 이른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창조하신 모든 것을 『참 좋다』고 평가하셨고, 엿새 동안 일하시고, 이렛날에는 스스로 쉬시고 이 날을 거룩한 날로 정하셨다.
성서의 편집상으로는 첫 번째고, 역사상으로는 두 번째 설화인 이 제관계 기록은 이스라엘 율법의 핵심인 안식일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안식일은 창조 사업의 완결을 기념하고, 동시에 이집트에서의 해방을 기념하는 날이었다. 따라서 안식일은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과의 영구한 관계를 의식하면서, 창조주이시고 구세주이신 하느님을 경배하고 감사하는 날이다(345~ 348).
그러나 이 창조 설화에 나오는 첫날(1, 5), 이튿날(8), 사흗날(13), 나흗날(19), 닷샛날(23), 엿샛날(31), 이렛날(2,2~3) 등의 표현에서, 하루가 24시간이라는 시간 측량을 생각하거나, 창조된 만물의 발생 순서를 가리킨다고 생각하는 것은 부질없는 상상이다. 창조는 하느님의 자유로운 사랑과 전능으로 가능한 것이고, 피조물들은 하느님의 계획대로 질서 있고 목적에 맞게 창조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이러한 창조주께 대하여 인간은 흠숭과 찬미를 바쳐야 한다는 것을 안식일의 예를 들어서 강조하고 있다.
창조에 관한 성서의 언급은 만물의 시원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을 채워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실 창조 설화는 우리의 과학적 질문에 대하여 아무런 과학적 해답도 주지 않는다.
창조 설화는 시원에 관한 리포트도 아니고 논증도 아니고 역사소설도 아니다. 창조는 성서 기자들이 인간을 섭리하시는 하느님의 계획 즉 구세사의 출발점으로 생각한 것이고, 창조와 섭리를 통해서 나타나는 하느님의 절대 주권을 승복하는 신앙 행위의 가장 깊은 근거가 창조 사상인 것이다.
교리서는 안식일에 관한 고찰(345 ~349) 끝(349)에서 구약의 안식일과 신약의 주일을 비교한다. 구약의 안식일(토요일)은 창조의 완결을 기념하지만, 신약의 주일(主日, 일요일)은 예수님의 구세 사업의 완성과 우리 각자의 구원의 시작을 의미하는 주님의 부활 신비를 기념하여 의무 축일로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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