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광아 패스! 패스! 이리로~! 슛~!』
광주 시내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월드컵 열기가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듯 축구연습에 열중인 이들이 있다. 이들은 광주 엠마우스복지관(관장=천노엘 신부) 축구단원들. 모두 정신지체장애인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6월 20~30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리는 스페셜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축구대표 선수들이기도 하다.
비록 창설된 지 갓 1년에 불과하지만 실력만큼은 국내 최고. 작년에 처음 개최된 광주전남 지역 정신지체인 축구대회에서 우승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스페셜올림픽 하계대회에서도 3위에 입상하는 좋은 성적을 거둔바 있다.
복지관 축구단은 작년 6월 월드컵의 열기로 온 나라가 붉은 물결로 넘실거릴 때 복지관장인 천노엘 신부가 『우리도 축구팀을 만들어보자』며 시작한 게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들에게 축구는 처음부터 모든 게 순탄치만은 않았다. 잔디 깔린 구장은 커녕 축구할만한 곳이 없어 골대마저 없는 맨 땅의 초등학교 운동장을 빌려 연습을 하는 게 고작이다. 또한 축구규칙조차 제대로 몰라 하나하나 짚어가며 어려운 용어를 설명해주고 전술을 가르치지만 돌아서면 쉽게 잊어버리곤 했던 이들이었다.
『규칙 하나를 가르치는데도 시간이 상당히 걸렸습니다. 처음엔 우리편과 상대편도 구분하지 못해 무조건 공만 보면 뺏기 일쑤였는데 반복하여 훈련하다보니 이제 정말 수준급이 되었다』며 축구감독 이춘범(요셉.40)씨는 세계 스페셜올림픽 필승을 다짐한다.
한국 스페셜올림픽 위원회로부터 한국대표로 출전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복지관축구단은 지난 2월 본격적으로 체력, 기본기, 각종 전술 등 집중 훈련에 들어갔다.
특수학교 학생인 10대부터 30대 직장인까지 축구단원의 나이와 직업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이들은 유니폼을 입고 축구를 할 때면 모두가 한마음이 된다. 시합 날짜가 다가오면서 매일 오후 시간이면 운동장에 모여 호흡을 맞추는 이들은 거친 태클은 물론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다 부딪쳐 운동장에 넘어지고 상처투성이가 되기도 하지만 다시 훌훌 털고 신발끈을 고쳐 매는 모습은 여느 축구선수들 못지 않다.
이운재 선수를 제일 좋아한다는 골기퍼 김기호(20)씨는 『축구할 때만큼은 땀에 흠뻑 젖어도 친구들과 하나가 될 수 있어 기분이 좋다』며 『이번 대회에 참가해 외국선수들도 만나볼 수 있다는 설레임에 마냥 기쁘기만 하다』고 말한다.
이들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다름 아닌 천노엘 신부. 아일랜드 출신인 천신부는 그동안 말로만 전해줬던 고향을 직접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여행준비 및 외국에서의 스케줄까지 챙기느라 하루해가 짧기만 하다. 또한 여행경비의 큰 부담에도 불구하고 복지관 친구들이 스페셜올림픽에 참가하는 좋은 경험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아일랜드에 있는 골롬반 외방선교회 은퇴신부들로부터 후원금까지 지원 받았다.
중고등학생 시절 럭비선수로도 활약했다는 천신부. 축구연습을 하는 복지관 친구들에게 파이팅을 외치는 천신부의 모습은 그야말로 전 한국국가대표 히딩크 감독이다.
『장애인이라고 모든 면에서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이들에게도 비장애인과 똑같이 축구라는 기회와 경험을 주었을 때는 모두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습니다』
하루해가 넘어갈 때까지 흘린 땀에 온몸이 얼룩이 졌지만 천신부와 함께 하는 엠마우스복지관 축구단의 모습은 그 어느 선수들보다 꿈과 희망으로 가득차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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