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사귀지?』『아냐!』『나 다 알아, 너 사귀잖아!』『아냐! 아니라니까!』
7세인 유치부 남자 아이들이 서로 눈을 부라리며 승강이를 벌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계속 놀리는 친구를 밀치면서 소리 지른다. 『아니라고! 아니란 말이야! 전에는 사귀었지만 지금은 아냐!』 아이들의 표정이 너무도 진지하여 나오려는 웃음을 막았다.
이 아이들이 말하는 「사귐」은 『야, 너 여자애랑 놀지?』 라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도 싶다.
언젠가 한 선생님이 사무실에 들어와 몹시 흥분하면서 하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당돌하고도 야무지게 생긴 남자아이(초등1)가 손을 번쩍 들더니, 『선생님 남자친구 있지요?』라고 질문했다고 한다. 물론 선생님은 기혼녀이다. 선생님은 워낙 농담을 좋아하는지라, 『그럼, 나같이 예쁜 선생님이 남자친구 없겠니?』하며 웃으면서 넘기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는『선생님, 그럼, 그 남자친구하고 잤나요?』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묻더라는 것이다. 선생님은 순간 놀라 당황하면서 얼버무리고 나왔다고 한다. 이 아이는 이성친구는 함께 잠을 자는 대상으로 막연한 개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하여야 될까?
어떤 선생님은 옷을 조금 신경 써서 입고 오면 아이들이 『선생님, 딥다 섹시하네요!』 하며 환호성을 터뜨린다고 한다. 이들에게서의 「섹시」는 그저 「예쁘다」는 말로 해석하자.
조금 큰 아이들은 아무데나 낙서하기를 무척 좋아한다. 아이들끼리 통용되는 외설스러운 기호라서 어른들이 보아서는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낙서를 한 아이를 불러놓고 무슨 뜻인지 알고 했냐고 묻자, 정확한 뜻은 모르지만 그저 누군가를 욕할 때 쓰는 표현이고 학교에서 친구들이 많이 쓰고 있다고 답한다.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모르기에 용감하게 할 수 있었고, 다만 자기들만의 은밀함을 즐기고 싶어 한다는 정도로 이해하자.
그렇다. 아이들은 「말」하고 싶다.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언어로 「느끼고」싶어 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생각」하기를 권하지만, 아이들은 「느끼고」싶다. 그래서 어른들만의 권위적인 언어를 자신들만의 언어로 패러디하기도 하고, 자극적인 새로운 언어생산에 맛들이기도 한다. 아이들은 무엇인가 깨어진 언어가 좋고 뒤틀린 말이 편하다.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아니?」 아이들은 어른들의 이런 도식적인 질문을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과 대화하려면 「생각하는 언어」보다 「느끼는 언어」가 더 효과적이다. 즉, 아이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마음」의 언어로 접근하여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아이들은 어른들의 언어를 「마음」으로 그리고 「생각」으로 이해하면서 참다운 언어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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