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불편해도 장애인 기사들이 더 성실하게 일하고, 사고를 내는 경우도 훨씬 적습니다』
부산 동승교통 박태윤(타대오·부산 사상본당·45) 사장은 확고하게 말한다.
현재 택시기사 230명 중 115명이 장애인. 그 가운데서도 40여명이 중증장애인이다.
박씨가 장애인 기사들과 함께 회사를 꾸려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자신도 어릴때 소아마비를 앓아 목발에 의지해야하는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잘 알죠. 일을 하고 싶어도 받아주는 곳이 적고, 또 할 수 있는 일들도 제한돼 있기 때문에 스스로 삶을 개척해나가는 것이 힘든 형편입니다』
박씨 역시 나전칠기공예, 시계수리점 등 안해볼 일이 없다. 하지만 이땅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어려움을 잘 알기에 항상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의 자활을 꿈꿔왔다.
1994년 장애인들로 구성된 「곰두리 렌트카」를 창업했다. 택시회사를 차리고 싶었지만, 장애인은 2종 운전면허밖에 받을 수 없었고, 시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아 대신 렌터카를 운영하기로 한 것. 당시 부산지역에서는 렌터카 사업이 활발했는데, 자가용 영업의 성격을 띠고 있어 제재를 받기도 했다.
그러던 중 98년 부산지역 처음으로 꿈에 그리던 장애인 택시회사를 시작하게 되지만 노조의 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노조와의 마찰이 상당히 심했습니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고, 나의 가족, 주위의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들인데, 왜 그렇게 차별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주님 안에 한 형제이지 않습니까?』
노조 뿐 아니었다. 의족·의수를 하거나 목발을 짚는 장애인 기사에 대한 승객들의 거부감도 컸다. 하지만 성실한 기사들의 모습에 지금은 동승교통 택시를 이용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회사를 꾸려오면서 가장 기뻤던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씨는 주저없이 『장애인 기사들이 개인택시를 받아서 나갈 때』라고 말한다. 3년 무사고로 열심히 일해서 평생 직장을 구해 나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가슴 한켠이 뭉클해진다고.
현재 동승교통은 장애인.비장애인 비율이 꼭 반반이다. 더 많은 이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도 차량에 한계가 있어 더 많은 이들을 고용할 수 없는게 아쉬움이다. 이제 박씨의 바람은 조금씩 조금씩 장애인 기사들의 수를 늘려가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소외당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일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항상 희망합니다』
그리고 덧붙여 중증장애인들을 꺼리는 사회적 시각부터 바뀌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보이지 않는 벽이 높지만, 그들에게도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합니다. 단순히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경증장애인들만을 고용하는 곳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죠』
평생 장애라는 십자가를 지고 걸어온 박태윤씨. 자기와 같은 아픔을 지닌 이들을 함께 끌어안으며 당당하게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는 그의 바람은 편견의 벽을 허물고, 한 형제자매로 손잡고 함께 한곳을 향해 나아가는 그날이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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