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신문기사에 오르내리는 이런 저런 단체들의 집단 의사표시에 많은 사람들이 피곤해 합니다. 더군다나 이런 의사표시가 간혹 우리 사회의 공동선이 아닌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한 것처럼 느껴질 때 혼란스럽기조차 합니다. 그런 와중에 쌀로 대표되는 우리 농업을 지키려는 농민들의 소리도 같은 취급을 받곤 합니다. 과연 그렇습니까?
1970년 이후 우리나라 경제학자들의 경제논리는 「비교우위론」, 즉 수출만이 살길이기에 공산품을 수출하고 농산물은 수입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지금 우리 경제는 수출을 하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만약 기상이변 등으로 인한 전세계 「식량부족 사태」를 생각해보셨습니까? 어느 나라가 자기 국민들은 굶어죽게 하면서 식량을 수출하겠습니까?
현재 세계 주요 나라들의 식량자급률을 보면 미국 135%, 영국 125%, 프랑스 229%, 덴마크 134%, 캐나다 179% 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94년 쌀을 제외하고 농수산물 수입을 개방한 뒤 30%에도 못 미치고 있으며, 그나마 내년 2004년에 개방될 쌀을 제외하면 현재 식량자급률이 5%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심한 농업현실로는 한 사회공동체의 장기적인 존속이 명백히 불가능함에도 우리는 눈앞의 비교우위, 즉 이윤을 위해 우리의 내일을 포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수출주도형 경제체제를 인정하더라도 우리 사회공동체의 장기적인 존속을 위해 최소한의 식량자급률이 얼마이어야 하는지, 또 그 정도 규모의 농업부문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앞날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희망도 없이 오직 살기 위해 돈이 된다싶은 작물이라면 너도나도 심어 생산과잉과 가격 폭락, 폭등을 반복하는, 그래서 결국 농가부채만 쌓이는 이 어이없는 농촌현실은 분명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비교할 것조차 없어진 다음에 그 잘난 「비교우위론」은 또 무슨 거짓희망을 우리 앞에 보여줄지 그저 암담할 뿐입니다.
우리가 함께 일하고, 서로서로 보살피며 지내는 삶이 좀더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깨달음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입니다.
농민들은 구걸하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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